몸속 핵심 물질인 리보핵산(RNA)을 조절해 암을 포함한 난치병을 치료하는 이른바 ‘RNA 치료제’ 분야가 2년 연속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주제로 선정되며 과학계의 대세로 떠올랐다. 지난해 몸속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인 메신저리보핵산(mRNA)에 이어 단백질 생성량을 조절해 암세포 증식 억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받으며 국내 석학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과 석좌교수도 뛰어든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 연구의 권위자들이 올해의 주인공이 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7일 miRNA를 최초 발견한 미국 생명과학자 빅터 앰브로스(70) 매사추세츠공대(MIT) 의대 교수와 이것의 구체적인 역할을 규명한 게리 러브컨(72)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이 1㎜ 정도 크기의 벌레인 예쁜꼬마선충에서 이룬 획기적인 발견 덕에 유전자 조절의 완전히 새로운 원칙이 밝혀졌다”며 “miRNA는 유기체가 어떻게 발달하고 기능하는지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RNA는 데옥시리보핵산(DNA)과 함께 세포의 핵 안에 들어 있는 물질이다. DNA가 담고 있는 유전 정보를 설계도 삼아 몸을 이루고 호르몬을 생성하는 등 다양한 생체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들을 만든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안겼던 mRNA는 DNA 속 정보를 세포핵 밖 리보솜이라는 ‘단백질 제조 공장’으로 복사해 옮겨주는 전달자(메신저) 역할을 한다면 올해 수상 주제인 miRNA는 이 mRNA의 양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mRNA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지면 이는 단백질 과다 생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신체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제 기능을 못하는 세포가 사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는 암이 대표적이다. miRNA를 통해 mRNA의 과다 생성을 막는다면 난치병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는 데 학계는 주목하고 있다. 김성수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는 “mRNA의 양을 조절하는 여러 메커니즘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찾아낸 것이 수상자들의 공적”이라며 “아직은 가시적 성과가 없지만 miRNA를 조절하는 원리로 차세대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학계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앰브로스 교수는 1993년 다트머스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예쁜꼬마선충 유전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miRNA를 최초로 발견했다. 러브컨 교수는 비슷한 시기 예쁜꼬마선충 관련 연구를 하던 중 miRNA가 mRNA의 기능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고 이 같은 물질이 예쁜꼬마선충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19 유전자지도를 세계 최초로 완성해 학계에 이름을 알렸던 김빛내리 교수 역시 2016년 miRNA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드로셔’라는 단백질의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며 관련 연구에 뛰어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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