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포함한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의 비밀 열쇠로 꼽히는 생체 물질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을 발견하고 관련 분야를 발전시킨 연구자 2명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주제였던 메신저리보핵산(mRNA)에 이어 2년 연속 RNA 치료제 연구 성과가 글로벌 학계에서 인정받으며 인류가 난치병 정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7일 miRNA를 발견한 미국의 생명과학자 빅터 앰브로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의대 교수와 게리 러브컨 하버드대 의대 교수에게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고 발표했다.
miRNA는 20~24개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리보핵산(RNA)이다.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 정보를 담은 데옥시리보핵산(DNA)을 만드는 데 필요한 RNA 가운데 약 700종이 miRNA로 분류되는 만큼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병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밀 규명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miRNA는 1993년 앰브로스 교수가 미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의 배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다가 처음 발견했다. 5년 뒤 이 RNA가 miRNA라는 것을 처음 발견했지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슨 기능을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못했다. 이후 학계 연구를 통해 miRNA가 세포 안에서 발생·성장·노화 등 다양한 생명현상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조절이라는 핵심 기능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내에서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을 포함해 많은 연구진이 miRNA 조절을 통한 난치병 치료에 도전 중이다.
2년 연속 RNA 분야에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배출되면서 이 분야 연구가 생명과학계의 대세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막을 내리게 한 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헝가리와 미국 과학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커털린 커리코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와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mRNA 역시 단백질 합성의 설계도로서 이를 조절하면 바이러스성이나 난치성 질환 치료에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노벨상 시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 기념일인 12월 10일에 스웨덴에서 열린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요 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발견한 미국 과학자들이 ‘예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불리우는 래스커상을 수상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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