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 9조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메모리 업사이클을 기대했던 시장의 전망치(10조 8000억 원)를 2조 원 가까이 밑돌았다.
결국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은 실적 부진 및 최근의 주가 하락과 관련해 공개 사과문을 내고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말 삼성전자 인사에서 대대적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3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3분기 매출은 79조 원으로 전 분기(74조 원) 대비 6.66% 늘면서 기존 최대치인 2022년 1분기(77조 7800억 원)를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9조 1000억 원에 그쳐 2분기(10조 4400억 원) 대비 12.84% 감소했다.
삼성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밀리고 범용 D램의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여파가 컸기 때문이다. 2분기 삼성 DS 부문이 6조 4500억 원에 이르는 흑자를 내자 시장에서는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1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서 범용 D램 제품의 판매가 주춤했다.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HBM에서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에 대한 납품이 지연돼 실적에 가속도가 붙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의 퀄(품질 검증) 문제와 관련해 “주요 고객사에 대한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삼성은 그동안 HBM3E 납품과 관련해 “퀄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납품이 시작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밖에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과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잠정 실적 공시 직후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하고 있어 송구하다”며 “경영진이 앞장서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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