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 발표를 앞둔 8일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WGBI 편입 가능성을 두고 시장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전날의 금리 급등세를 소폭 되돌리는 정도의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최종호가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2.8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932%를 나타냈다. 10년물 금리도 전장보다 2.4bp 하락한 3.077%로 거래를 마쳤다. 금리가 내렸다는 것은 국고채 가치가 상승했다는 뜻이다.
이날 오전 국고채 금리는 7일(현지 시간)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이 각각 7.1bp, 5.9bp 오른 영향에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엔 전 거래일 대비 하락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WGBI 편입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전날 국고채 금리 급등세를 일부 되돌리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전날 국고채 3년물은 전장보다 13.6bp, 10년물 금리는 10.5bp나 상승했다. 미국 고용 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인 탓에 미국의 빅컷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WGBI 편입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우리 시간으로 9일 새벽 5시경에 한국의 WGBI 편입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시장에선 WGBI 편입에 따라 50조~80조 원의 외국계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WGBI 편입으로 외환 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은 2022년 9월 WGBI 관찰 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후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세 번의 정기 리뷰를 받았지만 편입에는 계속 실패했다.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됐기 때문이다. WGBI에 편입되려면 국채 발행 규모가 500억 달러 이상이고 국가신용등급도 S&P 기준 A- 이상(무디스 기준 A3 이상)이여야 하며 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도 높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 접근성은 1단계 수준이라 WGBI 편입 기준(2단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외환시장 운영 시간을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고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기재부 내 국채·국제금융 담당 간부도 지난달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직접 홍콩을 찾아 해외 투자자들에게 시장 개방 노력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편입 가능성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비록 정부가 시장 접근성 강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긴 했지만 아직 관련 제도가 초입 단계라 정착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 때문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관찰 대상국 포함 후 2년가량이 흘러 통상적인 편입 기간을 채웠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실제 편입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고 내년 3월에 성사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높게 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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