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을 입은 투자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은행권의 자율 배상안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투자자는 손실액의 20~50%를 배상받기로 했다. 투자자의 거센 반발로 ELS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빠른 속도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연내 배상이 완료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4900대까지 떨어졌던 H지수가 최근 7500선까지 상승해 추가 손실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율 배상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면서 금융 당국도 조만간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홍콩H지수 ELS 자율 배상 합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은 지난달 13일 기준 총 17만 219건의 손실 상환 계좌 중 16만 5523건(97.2%)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배상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의 배상 동의가 이뤄진 계좌는 총 13만 9116건으로, 이는 배상안이 제시된 계좌의 84% 수준에 달했다. 민 의원은 “배상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의 배상안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만큼 판매사와 투자자의 상황을 면밀히 따져 적절한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율 배상 동의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SC제일은행이었다. SC제일은행에서는 8701개 계좌에 대한 배상 안내가 이뤄졌으며 이 중 7634건이 합의돼 88%의 동의율을 보였다. 5개 은행 중 배상 대상이 된 계좌가 가장 적어 배상 진행도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3만 1066건 중 2만 7063건의 합의를 이뤄내며 87%의 동의율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 2만 8961건 중 2만 4475건(85%), KB국민은행 8만 4269건 중 7만 496건(84%), 하나은행 1만 2526건 중 9448건(75%) 순으로 동의율이 높았다.
투자자별 배상 비율은 투자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0~5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달 13일까지 은행권의 홍콩H지수 ELS 손실 상환 계좌의 손실액은 4조 6000억 원(원금 10조 4000억 원 기준)”이라며 “손실액에 대한 배상 비율은 주로 20~50% 구간에 분포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올 3월 기본 배상 비율을 20~40% 수준으로 하되 판매사·투자자별 요인에 따라 배상 비율을 차등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배상 기준안을 발표했다. 이어 5월에는 주요 은행 5곳의 분쟁조정위원회 대표 사례 결과를 공개하며 일종의 ‘자율 배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발표된 5곳의 대표 사례에서 배상 비율은 30~65% 수준으로 설정됐다. 은행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배상 작업을 해왔다.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배상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연내에 배상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H지수가 연초 대비 크게 상승한 점도 긍정적이다. 대규모 손실 사태가 불거졌던 올해 초 4900대까지 떨어졌던 H지수는 지난달 말 7000선을 돌파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연말까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액 배상 등을 원하는 일부 고객을 제외하면 상당 부분 배상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자율 배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 방안’도 곧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배상 진행 정도를 고려해 개선안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이르면 11월께 공청회를 열고 12월 전후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매 채널을 예적금 판매 창구와 물리적·공간적으로 분리하고 판매 직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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