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행거리의 하한선을 대폭 높인다. 지난해 승합차를 포함한 수입 전기버스 등록 건수가 처음으로 국산을 앞지른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국산 전기승합차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1회 충전 주행거리(상온 기준)를 승용차의 경우 기존 120㎞에서 경소형 200㎞, 중대형 30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승합차는 80㎞에서 경소중형과 대형이 각각 300㎞, 350㎞로 높아진다. 전기화물차는 변동이 없다. 정부는 저온 충전거리 기준도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는 전기차를 (합리적으로) 결정해 차량 성능의 향상을 유도하려는 게 목적”이라며 “하한선을 건드리는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으로 늦어도 내년 초에 바뀐 기준을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전기승합차다. 국산 전기승용차의 경우 주행거리 상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승합차들이 기준을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라밴(중형 263㎞)’과 이비온의 ‘E6(〃268㎞)’가 대표적이다. 이들 모델은 중국에서 제조돼 수입되는 것들로, 저가를 무기로 학원이나 등하교용 승합차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술의 진보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한 수준의 주행거리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국산 승합차의 국내 시장 침투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승합차는 총 2821대였는데 이 중 국산은 1293대(45.8%)에 그쳤다. 수입 전기승합차 등록 대수가 국산을 추월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이들 수입 전기승합차는 사실상 전부 중국산으로 봐도 무방하다. 어린이집과 학원 등 주요 수요처에서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데다 이를 상쇄할 만큼 저렴해서다. 중대형 전기승용차의 국비 보조금 최대액은 650만 원, 전기승합차의 경우 대형 7000만 원, 중형 5000만 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국가나 모델을 겨냥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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