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에너지를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일은 말 그대로 ‘적재적소·안성맞춤’ 전략이 필요합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상협 소장은 탄소 중립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도 합리성과 실현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과 조건에 따라 효율이 크게 좌우된다”며 “이런 배경 조건으로 발생하는 변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효율과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재적소의 지형에 안성맞춤의 기술 적용으로 에너지믹스를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럴 경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정치적 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게 이 소장의 판단이다.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도가 있어야 했다. 2022년 11월 제4대 소장으로 임명된 이 소장은 정부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이 확보한 기술과 특허, 연구 결과를 분석해 국가 전체의 탈탄소 기술 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탄소 중립 전략지도 작성에 착수했다. 이 소장은 “그동안 연구 논문과 특허 분석 중심이었던 방식을 완전히 탈피해 특정 국가의 기술력과 국민들의 수용성, 협력 구축의 효율성 등 6대 지표를 마련해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지도는 탄소 중립 연구개발(R&D) 17대 분야를 집대성해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기술·국가별 역량 수준을 한눈에 비교하고 중점 협력국을 선정해 다양한 협력 방안 정보가 제공되는 방식이다. 그는 “과거 논문과 특허 분석 방식으로는 원천기술은 미국, 상용화는 중국 또는 그 반대의 전략만 나왔지만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자 수소 분야의 협력 수용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노르웨이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소 분야로 보자면 수력발전과 에너지가 풍부한 노르웨이의 기술 수준을 접목하고 한국과의 기술 수용성과 국제 협력 친화도가 높다는 점에서 협력 기틀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소장은 환경 분야 가운데 물 처리 연구 분야의 권위자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기후대응댐의 효과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효율적인 적응과 함께 반도체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 등 두 측면을 모두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용인 반도체 산단만으로 연간 4억 1000만 톤의 용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소장은 “기후 대응과 반도체 경쟁력 확보라는 두 측면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궁극적으로 연구소의 위상을 ‘기술-데이터 수집 전송 분석 전문기관’에 두고 있었다. 이미 데이터정보센터·제도혁신센터·글로벌전략센터를 둬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제도 혁신 방안을 도출하는 동시에 국가 간 협업 방안까지 솔루션을 제공할 하드웨어를 구축한 셈이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를 채워넣을 시기라는 게 이 소장의 생각이다. 이 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 모두가 귀를 기울이듯 녹색기술연구소가 탄소 감축량 또는 탄소 중립 지표 등을 발표하면 시선이 집중될 수 있는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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