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공을 들인 혁신도전형 연구개발(R&D)사업이 탄핵 상황에서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혁신도전형 R&D는 윤 정부가 R&D예산을 대폭 삭감 하면서 연구 생태계 전환을 목적으로 연구과제에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결과물이다. 이미 주요 혁신도전형 R&D사업이 예산삭감을 겪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까지 된 상황에서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16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혁신도전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일부 연구자들은 어수선한 정국 상황과 맞물려 혁신형R&D도 중단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미 한국형 아르파(ARPA)-H 사업은 내년 예산이 정부안 대비 69억 원 삭감됐고, 한계도전 프로젝트는 국회에서 정부안 대비 증액을 검토하다 결국 증액이 무산됐다.
'혁신도전형 연구개발(R&D) 사업'(APRO)에 참여 중인 연구자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국내에 혁신도전 R&D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 정국 상황에서 혁신도전형R&D 자체의 무산을 염려하기도 했지만 제도 자체의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APRO(앞으로) 사업은 정부 부처 사업 중 최초 혁신 기술로 최고 수준 목표에 도전하는 혁신도전 R&D를 선별해 육성하는 사업이다. PM에 연구 전권을 부여하고 연구평가를 정성평가로 진행하는 등 기존 R&D사업과 다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올해 9개 부처 35개 사업이 선정됐다. 내년 예산도 1조 원이 넘는다.
미국의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모방해 9년간 1조 1628억 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아르파-H' 사업을 운영하는 선경(경희대 의대 교수) K-헬스미래추진단장은 프로젝트를 책임질 PM 선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 단장은 "혁신도전 사업에 공공기관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해 PM을 뽑는 게 맞는지 감사해달라 했고 결과보고서가 곧 나온다"며 "다른 혁신사업에서도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 단장은 “PM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PM을 뽑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ARPA-H 프로젝트에서 PM을 뽑을 때 블라인드로 채용해야 했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이 들어왔지만 이런 식으로 뽑는 게 맞는지 의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도전적·혁신적 사업을 하겠다면 PM을 블라인드로 뽑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제대로 된 PM을 뽑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혁신도전 R&D 사업인 한계도전전략센터를 이끄는 최영진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전략센터장은 예산 집행 문제를 거론했다. 최 센터장은 “도전적인 문제를 제시하다 보면 국내에서 사업을 수행할 연구자를 찾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며 “과제 선정이 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예산을 쓰지 못해 불용 처리가 되기 때문에 그 예산을 쓰지도 못 하고, 감사원과 국회에서 문제 사업으로 지적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용 처리를 하지 않으려면 함량 미달의 연구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불용 예산을 이월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혁신도전 R&D 사업은 예산을 세울 때도 블록펀딩처럼 유연하게 예산을 수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제도도 기존 사업과 다르게 운영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송영훈 한계도전프로젝트 플라즈마사업단 단장은 "대부분 혁신도전 사업은 특성상 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구를 하게 된다"며 "외국 기술을 모방할 때는 정량적 목표가 있지만 이런 사업은 성과가 사회에 수용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송 단장은 “우리 사업단은 내년 6월에 끝나는데 한국연구재단에서 곧바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혁신도전 R&D 사업은 연구 결과가 실제 사회에 수용되려면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이 끝나자 마자 평가를 하게 되면 우수한 연구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전문가들이 지적한 부분들을 정리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진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조정과장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혁신법과 시행령에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개정하고, 적극해석이 가능한 부분은 매뉴얼을 통해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용 예산 이월이나 잘하는 과제에 예산을 늘려준다거나 하는 부분은 재정 당국과 지속적 협의를 통해 내년에도 집중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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