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이 코스메틱 사업을 강화하고 패션 사업의 내실을 다지면서 K뷰티 열풍을 타고 내년부터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장원영 틴트’로 유명한 색조 브랜드 ‘어뮤즈’ 지분 100%를 723억 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21일 완료한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1월부터 수장을 맡은 월리엄 김 총괄 대표이사의 첫 대규모 투자다. 어뮤즈는 지난해 기준 매출 368억 원, 영업이익 18억 원을 달성했으며 이중 30%는 해외에서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어뮤즈를 통해 상대적으로 주력이 아니었던 국내외 10대 고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콜로라도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구찌 최고재무책임자(CFO), 버버리 리테일·디지털 수석부사장, 올세인츠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으며 신세계에 영입돼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백화점 디지털 혁신을 책임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의류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패션사업에서 매출의 70%를 벌어왔지만 최근 화장품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2015년 상표권을 사들인 뿌아레를 비롯해 연작·로이비·아이엠샴푸에 2022년 84억 원을 투자했고 2020년에는 스위스퍼펙션 지분 100%를 수백억 원에 인수했다.
김 대표 취임 후 패션 사업에서는 내실화를 꾀하는 중이다. 지난해 보브(VOV)와 지컷(G-CUT) 영업권을 자회사 신세계 톰보이에 넘겼고 합작사였던 몽클레르코리아 지분도 263억 원에 매각했다. 직접 제작하던 패션 브랜드가 줄면서 인건비도 축소될 전망이다. 2022년 말 1337명이던 직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1099명까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기업은 봉제부터 재단, 상품 판매 등 각 단계별로 특화된 인력을 운영한다"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내수 브랜드 사업 부문에서 인력 감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 일부를 톰보이로 양도하면서 인력이 이전하고, 일부 해외 브랜드가 직접 국내에 진출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 운영 매장에 있던 판매사원들이 브랜드 한국 법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셀린느 등 대형 수입 브랜드들이 이탈한 영향으로 비용 절감 노력은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직진출을 선언한 셀린느를 시작으로 끌로에, 메종마르지엘라, 질센더, 바이레도 등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을 떠났다. 셀린느는 1조~1조 2000억 원대를 오르내리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 중 2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브랜드였다.
이렇다 보니 올해 2분기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사업 매출(별도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1023억 원, 영업이익은 70% 감소한 19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메틱사업 매출은 10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보다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 내려간 45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업계 최고 수준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판매관리비 비중(58%)도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업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하반기까지 사업 재편에 따라 실적 축소가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코스메틱 사업을 중심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 인수한 어뮤즈의 실적이 2025년부터 본격 반영되고 패션 사업 내실화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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