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11일 이사회를 소집했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를 통해 MBK 측과 똑같은 고려아연·영풍정밀(036560)의 공개매수 가격을 모두 올리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8시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에서 이사회를 열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 안건을 논의한다. 고려아연은 주당 83만 원에 최대 18%(고려아연이 15.5%)를 이달 23일까지 공개매수하고 있다. 이날 가격을 조정해도 공개매수가 끝나는 날은 바뀌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결국 고려아연의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달 14일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먼저 종료되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라면 투자자들은 MBK 쪽에 청약할 경우 17일이면 안분비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先)MBK, 후(後)최 회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주가를 83만 원 이상으로 만들어야 더 이상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MBK 청약을 저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최 회장 측이 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1.68% 오른 78만 9000원에 마감해 여전히 80만 원 아래다. 고려아연측은 "11일 이사회는 공개매수에 의한 자기주식 취득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전 포인트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최 회장이 어느 정도까지 올리느냐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임원 회의에서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만큼 무리수를 두기는 부담스럽다. 특히 공개매수가가 높아지는 만큼 베인캐피털에 제공해야 할 손실보전 담보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배당소득세 정도를 덜어줄 격차인 주당 85만 원에서 최대 90만 원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본다. 최대 15.5%(320만 900주)를 확보하려면 주당 83만 원에 2조 6635억 원이 필요한데 90만 원이면 2조 8881억 원이 소요된다. 고려아연은 지난번 하나·SC 등 금융기관 차입금 1조 7000억 원 중 5000억 원가량이 남아 있어 추가 조달은 필요하지 않다.
또 다른 변수는 영풍·MBK의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 결과라는 불확실성이다. 이 판결을 통해 고려아연이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가 완벽히 법적 리스크를 벗어나 순항하게 될지, 혹은 제동이 걸리게 될지 갈린다. 이번 쟁점은 고려아연이 만들어둔 약 6조 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 즉 자사주 취득 한도로 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고려아연 이사진도 사법 리스크 압박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거나 매수 수량을 확대하는 안도 확실시된다. 영풍정밀은 이날 유중근 대표가 보유한 지분 6.27%에 대해 1000억 원의 담보를 설정했다고 공시했다. 최 회장 측의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 자금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대표는 최 회장의 모친이다.
현재 양측 모두 공개매수가는 3만 원이나 최 회장 측의 매수 물량은 25%(393만 7500주)여서 684만 801주(43.43%)인 MBK에 비해 불리하다. 게다가 영풍정밀의 경우 회삿돈이 아닌 최 회장 측 사재를 투입해 인수하는 방식이어서 추가 자금 투입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영풍정밀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7.54% 내린 3만 12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매수 목표를 MBK와 같은 수준으로 맞추면서 가격은 3만 원대 중반으로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1181억 원이 2394억 원(3만5000원 기준)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꺼리는 기관투자가의 성향을 감안할 때 (금융 당국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올리는 것 외에는 솔루션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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