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처음으로 희망 가격 범위(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루미르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는 8만 명 가까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루미르는 전날부터 이틀 동안 진행한 일반 청약 경쟁률은 약 131대1로 집계됐다. 청약 건수는 7만 6226건, 주문액의 절반을 미리 내는 청약 증거금은 약 4700억 원이었다. 최소 주문 단위(10주) 이상 청약한 투자자들에게 똑같이 물량을 나눠주는 균등배정주식수는 약 3.9주였다. 루미르는 오는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루미르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올 최저 경쟁률인 13대1을 기록, 밴드(1만 6500~2만 500원) 하단보다 27.2% 낮은 1만 2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발행 주식수도 300만 주에서 240만 주로 감소했다. 이에 확정 공모액이 최초 목표로 제시했던 밴드 상단 기준 615억 원에서 288억 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앞서 상장한 우주산업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모두 부진해 인공위성 개발 기업인 루미르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번 루미르의 청약 경쟁률이 올 일반 기업 IPO 종목 중 가장 낮긴 하지만 참패 수준이었던 수요예측 결과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는 루미르의 공모가가 대폭 낮아지면서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밴드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를 결정한 종목들 중 종종 상장일 주가 급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올 처음으로 밴드 하단에 공모가(1만 6000원)를 정한 뱅크웨어글로벌(199480)의 경우 상장일 주가가 최대 1만 9800원까지 오른 적 있다. 지난해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큐라티스(348080) 등도 수요예측 저조로 공모가를 밴드 하단에 결정했지만 상장일에는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다만, 최근 IPO 시장에서는 새내기주의 주가 급등 후에는 급락이 뒤따르고 있어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밴드 하단에 공모가를 결정해 8월 말 코스닥에 상장한 아이스크림미디어와 같이 상장 직후 주가가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줄곧 내림세를 보인 종목도 있다.
한편, 이날 루미르와 함께 청약을 마친 표면실장기술(SMT) 공정 장비 제조업체 와이제이링크의 일반 청약은 96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청약 건수는 26만 575건, 증거금은 5조 1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와이제이링크의 코스닥 상장 예정일은 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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