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가운데 통화정책 완화 속도와 폭을 신중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체질이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KIF) 선임연구위원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년 한국국제경제학회 추계 정책 세미나’에서 “최근 물가와 실물경제의 관계는 과거 저물가 시대와 달라졌다”며 “향후 이어질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지속성과 강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진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저물가 시대의 필립스곡선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최근의 고물가 현상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거시 변수 사이에 구조적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통화정책을 펼칠 때 대내외 경제 위기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한동안 금리를 계속 인하할 텐데 내수·고용에는 긍정적이겠지만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히 걱정”이라며 “중동 상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따라 공급 충격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미국 대선 역시 글로벌 통화정책의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물가 안정만을 위한 통화정책을 펼칠 경우 금융불균형이 누적돼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신축적인 물가목표제를 운영하며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을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기후위기 등도 거시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부원장은 “현재 인구 전망하에서는 2040년부터 마이너스 성장 시대가 올 것”이라며 “여기에 기후위기까지 도래하는 등 우리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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