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지구를 떠나 긴 여정을 시작했다.
나사는 유로파 클리퍼가 14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고 밝혔다.
유로파 클리퍼는 발사 약 1시간 뒤에 지구 중력을 벗어나 태양 궤도에 진입했다. 계획한 대로 로켓 2단과 분리돼 자체 비행을 시작했고 이후 약 5분 만에 나사의 관제실은 우주선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했다. 관제실에서는 엔지니어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목성과 지구는 모두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어 두 행성 사이의 거리는 계속 변하지만 평균 거리는 약 7억 7248만 5120㎞다. 유로파 클리퍼는 목성까지 직진하지 않고 화성과 지구 주위를 돌면서 각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서서히 속도를 높이게 된다. 이 탐사선은 앞으로 5년 반 동안 약 29억 ㎞를 이동해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진입한 뒤 유로파 주변을 근접 비행하며 유로파의 환경을 샅샅이 조사할 예정이다.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는지 자세히 살피는 것이 이번 임무의 핵심이다. 탐사선은 유로파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리인 표면 위 25㎞ 고도에서 49회 근접 비행하면서 위성의 거의 전체를 스캔해 지도화할 예정이다.
유로파 클리퍼는 나사가 행성 탐사 임무를 위해 개발한 역대 탐사선 중 가장 크다. 탐사선의 높이는 5m, 전체 길이는 30.5m로 농구 코트 길이(28m)보다 조금 더 길다.
유로파 클리퍼에는 목성까지 가는 데 필요한 2750㎏ 이상의 추진제와 탐사 장비 9개가 탑재됐다. 얼음으로 덮여 있는 유로파 표면 아래 바다를 비롯해 깊은 내부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자력계와 중력 측정기, 얼음 온도를 파악할 수 있는 열 측정기, 고해상도 카메라 및 분광기, 얼음 투과 레이더 등이 실려 있다. 탐사선의 전체 무게는 5700㎏에 달한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는 적도 지름이 3100㎞, 달의 90% 크기로 태양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위성이다. 과학자들은 유로파 표면의 15~25㎞에 달하는 얼음층 아래에 염도가 있는 바다가 존재해 생명체가 서식할 만한 이상적인 환경을 갖췄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전의 탐사 연구를 통해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지구의 전체 바다를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물을 품은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소금기 있는 바다에 생명체의 필수적 구성 요소인 유기화합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유로파 클리퍼 발사 이후 X(옛 트위터) 계정에 “오늘 우리는 목성의 얼음 위성에서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찾기 위해 태양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며 “우주탐사의 다음 장이 시작됐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탐사선 기체 일부에는 세계 260만여 명의 이름과 미국 계관시인 에이다 리몬의 시 한 편이 새겨져 있다. 나사는 지난해 12월 유로파 클리퍼 발사 기념행사의 하나로 유로파에 자신의 이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신청을 홈페이지를 통해 받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