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달 출시 이후 난항을 겪고 있는 디딤펀드에 대해 “은행이 지금같이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상품만을 밀고 나가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고객 유치 차원에서 은행은 결국 수익률이 더 높은 디딤펀드를 걸어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16일 주장했다.
서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본사에서 열린 ‘디딤펀드 출범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에 이어 은행도 곧 디딤펀드 판매를 개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디딤펀드는 주식·채권 등에 분산 투자하는 연금형 자산 배분 상품이다. 은행 예적금에 몰려 있던 퇴직연금을 금융투자 상품으로 끌어오겠다는 목표로 서 회장이 지난해 취임 초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25개 사업자 가운데 15곳은 새롭게 상품을 출시했고 10개사는 디딤펀드와 유사한 기존 밸런스드펀드(BF)를 재활용했다.
지금까지 디딤펀드 출시 성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디딤펀드 출범에 맞춰 새롭게 펀드를 출시한 운용사 중 아직 판매 개시를 하지 않은 대신자산운용을 제외한 14곳의 지난달 25일부터 14일까지 디딤펀드의 설정액 합계는 총 217억 8200만 원이다. 앞서 흥국자산운용이 모그룹 계열사로부터 끌어왔다고 밝힌 초기 설정 자금 200억 원을 제외하면 10일(영업일 기준)간 고작 17억 8200만 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으로 승인돼야 은행 창구로부터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집중해 온 은행은 디폴트옵션 대상이 아닌 실적배당형 디딤펀드를 취급하기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폴트옵션은 증권사, 은행 등 금융 기관이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운용 방식대로 자금을 굴리게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이 운용되지 않고 방치되는 사례가 많아지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해 본격 도입됐다.
서 회장을 비롯한 금투협 관계자들은 디딤펀드의 디폴트옵션 편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서 회장은 “디딤펀드 출시에서 협회의 역할을 마치는 게 아니라 디딤펀드가 시장에 안착하게끔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향후 거래 편의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상장지수펀드(ETF)도 그렇고 점점 고객들이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걸 더 선호해 하고 있다”며 “디딤펀드의 경우도 상장이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은 현재 자산 운용사들과 함께 연내 공모펀드 직상장 승인을 목표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금융당국에 신청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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