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에 KGC인삼공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 파트너스(FCP)의 이상현 대표(사진)가 “이미 투자자를 확보했고, KT&G가 결단만 내린다면 6주 내 거래를 끝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확약서(LOC)까지 받아 KT&G 이사회에도 보냈다”며 “투자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 없지만 자금을 모으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 등에서 이력을 쌓고 전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에서 한국 대표를 지낸 바 있다.
이 대표는 인삼공사 인수는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가를 전하자 “이번 제안은 진심”이라면서도 “회사에 경영을 더 잘하라고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있었다”고 답변했다.
실제 KT&G는 FCP의 이번 제안에 대해 “이번 인삼공사 인수 제안은 회사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향후 제안 서신 내용을 충분히 살펴보겠다”고 언론에 설명한 바 있다. 국내 전문가들과 해외 증권사 등도 FCP의 이번 인수 시도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다만 그는 인삼공사의 사업성에 확신을 갖고 있는 만큼 회계 실사와 경영진 인터뷰 등만 거치면 거래 종결이 어렵지 않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FCP가 제안한 1조9000억 원이면 나쁘지 않은 매각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삼공사가 담배회사인 KT&G 밑에 있어 성장성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또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인삼공사의 영업이익은 2021억 원에 1031억 원으로 반토막났는데, 현재의 사업 행태를 뜯어 고치면 회사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 인삼은 수백 년 수출 역사를 가졌을 만큼 사업적으로도 좋은 아이템”이라며 “언제까지 명절 선물만 팔고 있을 건가. 좋은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삼공사가 뉴질랜드의 '마누카꿀'처럼 브랜딩에 성공하면 회사 실적이 점프할 수 있다”며 “인수 시 5년 내 5조 원 가치의 회사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지지의사를 보냈던 손동한 사외이사와는 “아직 교류 협력이 없다”며 아쉽다는 반응도 내놨다. 방 사장에 대해선 “취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만큼 아직 경영 전반에 대해 평가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 주총 전 어떤 메시지를 낼지 고민중인 상황이다. 이사회에 직접 진입하는 것을 다시 고려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회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또 회사의 KT&G 보유 지분율은 올 주총 때와 같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KT&G가 최근 자사주 소각량과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펴는데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KT&G는 지난해 3개년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총 2조8000억 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기 보유한 자사주 중 절반만 소각한 것에 의문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퇴직금을 꼬박 쌓아 놨는데 절반만 준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KT&G 측은 “3대 핵심 사업인 건강기능식품과 궐련형 전자담배(NGP), 해외 궐련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FCP 측의 제안을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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