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 증가로 국가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기술 유출 포착 고도화와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을 통해 첨단기술 보호망 강화에 나선다.
특허청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4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유출 대응방안’을 안건으로 상정·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안건은 최근 핵심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중국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평가가 올해 2월 나온 가운데 기술 유출 증가 시 첨단기술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마련됐다.
실제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8월)간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시도는 97건으로 이 중 국가핵심기술은 31건에 이르고 유출 시 피해액은 23조 원대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23건으로 최대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기업의 생존과 더 나아가 경제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 유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유출된 기술 총 12건 중 반도체 분야는 4건, 디스플레이는 3건으로 첨단산업 분야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기술 유출 수법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특허청은 다양한 행위에 대한 핀셋 대응에 나선다.
우선 기술 유출 목적으로 이직 알선이나 영업비밀 침해 알선을 해온 브로커에 대한 민형사적 제재 및 구제가 가능하도록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그동안 브로커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마땅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2021년 헤드헌터 A 씨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인력을 대상으로 이직을 알선하고 고액의 대가를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됐지만 관련 처벌 규정이 없어 직업소개소 미등록 운영 혐의만 인정됐다.
또 신고포상금제 도입도 추진한다. 기술 유출자 대부분이 내부자인 영업비밀 유출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면 내부자 신고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영업비밀 유출 신고에 대한 포상금 규정을 신설해 내부자의 신고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이를 통해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수사로 신속하게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외국 기업이 한국 자회사를 통해 영업비밀을 해외로 유출하는 등 신종 기술 유출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영업비밀 재유출 행위 처벌 제도도 신설한다.
특허청은 이러한 제도 개선안에 대해 올해까지 입법 과정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본격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특허청은 중소기업이 거래·교섭 시 상대방에게 전달된 아이디어(기술·경영 정보)를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원본 증명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증거 확보 부족으로 기술 침해 소송의 승소율과 손해배상액이 현저히 낮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형 증거 수집 제도 도입도 다시 추진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법관이 지정한 전문가가 기술 침해 현장에서 자료를 수집·조사하는 것과 법원 직원 주재하에 당사자 간 증인신문하는 것이 가능해져 증거 수집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다양한 기술 유출 행위가 법망을 벗어나지 않도록 빈틈없는 기술 보호 제도 구축으로 선제적인 기술 보호 체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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