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지원 시점을 앞당기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2093년까지 약 42조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산크레딧은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이를 출산 시점에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복지부는 출산 크레딧을 출산 직후 지급하는 것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18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행 ‘사후지급’ 방식을 유지할 경우 2026년부터 2093년까지 출산 크레딧에 소요되는 재정은 150조 7775억 원이었다. 정부안대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당장 2026년에 필요한 예산은 55억 원에 불과하지만 2050년 1조 2235억 원, 2060년 2조 691억 원으로 늘어 2093년에는 4조 6613억 원이 소요된다.
반면 사전지급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2026년부터 2093년 사이 필요한 재정은 108조 9989억 원이다. 현행 제도보다 41조 7786억 원 줄어든 수치다. 2026년 7709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대부터는 1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지만 2093년에도 재정 소요가 2조 원을 넘지 않아 전체 비용은 감소했다.
이같은 차이는 출산 크레딧이 지원 시점의 국민연금 A값(가입자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올해 출산한 만 30세 여성의 경우 현행 사후지급 제도 하에서는 35년 뒤 당해년도 A값을 기준으로 지원하지만 사전지급시 올해 A값(약 299만 원)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원받는다는 이야기다. A값은 가입자들의 평균 임금 상승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에 지원 시점이 이를수록 재정 부담이 적어지는 구조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출산 직후 지원하면 당장 재정 투입은 늘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도움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임금상승률보다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더 높지 않겠느냐”며 “나중에 지급하는 것보다 미리 기금에 재정을 투입해 투자 수익을 더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정부는 둘째 아이 출산시 12개월분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셋째는 30개월, 넷째는 48개월분의 보험료가 지원된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며 출생 순위와 무관하게 첫째부터 12개월분의 보험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