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사업 확대를 위해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는 최근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증에 참여할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워킹캐피탈(운전자본)과 항공기 수 확대에 500억 원가량을 투입할 목적이다. 통상 항공기를 도입할 때는 리스(임대) 방식을 활용하는데 이스타항공은 이를 위한 보증금 등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VIG파트너스는 올해 이스타항공의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기업 가치(밸류에이션)를 높게 평가해줄 제3의 외부 투자자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차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국제선 재취항 1년을 맞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9월 김포~송산(대만) 노선을 시작으로 3년 6개월 만에 국제선 재취항에 나선 바 있다. 현재 일본(5개), 대만(4개), 베트남(3개), 중국(3개), 태국(2개) 등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20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선 평균 탑승률이 90%에 육박한다.
항공기 수도 지난해 3월 3대에서 현재 14대까지 늘렸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항공기만으로는 노선을 모두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과거 정상적으로 경영했을 당시 확보했던 25대 안팎까지 그 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항공기 수가 많아지면 신규 노선 개발·증편 등 노선을 더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원가 구조 개선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정부로부터 받은 노선을 운영하지 않으면 이를 다시 반납해야 한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2009년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국제선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경영난에 빠지며 2020년 3월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2021년에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구원투수로 나선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초 중견 건설 업체 성정으로부터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구주 인수 자금 400억 원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금 1100억 원 등 총 1500억 원을 투입했다.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의 품으로 들어간 이후 재무 구조를 크게 개선했지만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흑자는 내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 이스타항공의 매출액이 2022년 4079만 원에서 지난해 1466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사이 영업손실도 487억 원에서 576억 원으로 증가했다.
VIG파트너스는 앞으로 최소 2년 간은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기업 가치 제고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VIG파트너스의 조기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모두의 2대 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볼트온(동종 업체 인수) 전략으로 덩치를 키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자본 잠식 우려 속에 추가 차입 여력이 없어 유증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 이슈는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