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해외 진출에 가교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소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 니즈가 늘어나자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춰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도 덩달아 급부상하는 것이다. 이들은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부터 현지 유통 채널 확대, 물류 시스템 효율화 등을 전담하며 뷰티 브랜드들의 해외 시장 안착을 돕고 있다.
◇글로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발굴
K뷰티 성공을 이끈 요인으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62%가 틱톡(TikTok)과 유튜브(YouTube) 등 SNS에서 새로운 뷰티 제품을 접한 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지역에서 매출 급성장을 이룬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도 숏폼 형식의 제품 후기 콘텐츠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SNS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피처링’은 올해 9월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패키지’를 출시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에게 적합한 현지 인플루언서를 효율적으로 발굴해 주고, 마케팅 캠페인 자동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피처링은 1600만 개 채널과 3억 건 이상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SNS 데이터 엔진인 ‘피처링 AI’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영향력 있는 글로벌 나노·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후보 선정부터 섭외, 캠페인 관리, 성과 분석 등 전과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해 마케팅 리소스를 90% 단축시켜준다.
실제 중소 뷰티 브랜드 A사는 피처링이 구축한 기업 맞춤형 인플루언서 솔루션을 통해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인플루언서를 손쉽게 발굴하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팔로워 수가 적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플루언서를 빠르게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북미 지역에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 결과 아마존 스킨케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화해 랭킹, 해외 소비자에 눈도장
12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뷰티 플랫폼 화해도 K뷰티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화해는 ‘클린 리뷰’ 정책 하에 엄격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36만여 개 화장품 정보와 880만 건의 실사용자 리뷰 및 평점을 기반으로 카테고리별 랭킹을 제공하며 매년 상·하반기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다.
화해에서 랭킹 순위가 높거나 어워드를 수상한 제품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뷰티 제품을 찾는 해외 유통 채널의 문의로 연결된다. 화해는 상품의 리뷰를 번역해 해외 SNS 마케팅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크레이버의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1004’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 화해를 인용해 콘텐츠를 제작, 바이럴을 확산하면서 제품 신뢰도와 인지도를 제고했다.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스킨1004는 동남아와 일본에서도 흥행을 예고하고 있으며 해외 100여 개국에 진출한 K뷰티 대표 주자로 꼽힌다.
올해 9월 기준 화해의 글로벌 트래픽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해외 유저들의 유입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화해는 지난 6월 웹버전 서비스를 론칭한데 이어 11월 글로벌 웹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글로벌 웹에서는 화해 랭킹, 어워드 엠블럼을 다언어 버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 글로벌 B2B 유통 판로 개척과 판매원 교육도 척척
뷰티 브랜드의 현지 오프라인 매장 유통 판로 개척을 돕는 스타트업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랜딩인터내셔널은 북미 시장 진출을 원하는 국내 뷰티 브랜드를 대상으로 B2B 유통 채널 입점을 지원한다.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면 판매처와의 의사 소통, 주문 접수, 배송이나 결제 조건 협의 등 다양한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랜딩인터내셔널은 뷰티 브랜드에게 현지 유통 채널의 선호도에 따른 제품 포지셔닝, 패키징 등 전문적 마케팅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랜딩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400개 이상의 뷰티 및 스킨케어 브랜드와 얼타(Ulta), 타겟(Target), 노드스트롬(Nordstrom), JC페니(JCPenney) 등 100여 개 글로벌 뷰티 소매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의 2017년 미국 최대 규모의 뷰티 멀티숍 얼타 매장 입점을 지원했다.
랜딩인터내셔널 B2B 앱(BeautyFluent)을 통해 매장 판매원 교육 진행도 돕는다. 언어 장벽과 비용 등의 이유로 미국 현지 직원 대상 교육 진행에 부담을 느꼈던 국내 뷰티 브랜드도 판매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까다로운 수출통관부터 현지 물류까지 원스톱 서비스
신규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사업 확장 전략을 펼친 스타트업도 있다. 국내 풀필먼트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통합 물류 플랫폼 '아르고' 운영사 테크타카는 미국 시애틀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수출통관에 필요한 절차 대행부터 시장 진입에 필수적인 사전 인허가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지난 7월부터 미국에서 시행된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에 따라 미국 대리인(U.S Agent) 자격도 갖췄다.
현재는 화장품 라벨 필수 표기 사항인 미국 주소지 및 연락처 정보 제공과 더불어 FDA와 부작용 관련 소통 전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판매를 희망하는 셀러들의 문의가 급증함에 따라 글로벌 결제 서비스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현지 맞춤형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 K뷰티 시장은 중화권 수출에 크게 의존했으나, 사드 갈등과 한한령으로 인해 매출이 급락한 이후에는 북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북미의 K뷰티 인기는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신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도 점차 확장돼 글로벌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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