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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TSMC 희비” 반도체 양극화에…서학 개미들 달려간 곳은? [선데이 머니카페]

외인, 삼성전자 역대 최장 "팔자"

TSMC·엔비디아 최고가 경신에

서학개미 테슬라 5000억 순매수

모델Y '할인판매' 실적 전망 암울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 한주 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반면 코스피는 0.12% 떨어지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요. 외국인 투자가들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에 대해 ‘엑소더스(대탈출)’를 벌인 여파였죠. 국내 증시가 저조한 수익률을 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눈은 또다시 해외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이미 너무 많이 오른 엔비디아를 사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서학 개미’들의 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外, 28일 동안 "삼성전자 팔자”…역대 최장


외국인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달 3일부터 28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역대 최장 외국인 순매도 기록을 새로 쓰게 됐습니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약 11조 5400억 원에 달합니다. 기존 최장 기록은 2022년 3월 25일에서 4월 28일까지 25거래일 연속 순매도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확산 등 외부 악재들이 겹치던 때였죠. 그럼에도 매도액은 4조 4217억 원으로 지금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지난 15일(현지시간) ASML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16일 삼성전자도 2%대 급락했는데요. ASML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내년 매출 예상치는 300억~350억 유로(약 44조 5077억~51조 9256억 원)로 시장 전망인 361억 유로에 못 미쳤죠. 특히 3분기 장비 예약 액수는 26억 유로, 시장에서 전망한 56억 유로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ASML은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ASML의 실적은 반도체 업황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기론’은 이전부터 예견돼왔었는데요.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 5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내렸고, 심지어 맥쿼리는 12만 5000원에서 6만 4000원으로 반토막냈습니다. 스마트폰과 PC 시장 부침으로 인한 B2C용(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D램 수요 부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이 이유였습니다.

AI 반도체는 3분기 실적 ‘희희(喜喜)’


반면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의 대표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 SK하이닉스(000660), TSMC 등은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도 이번에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의 경우 HBM과 DDR5 등 AI 관련 수요를 지원하는 기술 전환에 집중하고 있어 용량 추가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죠. 홍지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SML의 실적 쇼크는 인텔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 속도 조절,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ASML과 TSMC의 실적 발표는 반도체 업황도 양극화가 본격 시작됐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AI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는 17일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36.5% 증가한 236억 2200만 달러(약 31조 8660억 원)로, 시장조사업체 LSEG의 전망치 233억 3000만 달러를 웃돌았죠.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도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낼 것이 유력해보입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6조 7000억 원대로,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을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인데요. ASML의 실적 발표 직후 4.69% 하락했던 엔비디아는 TSMC 실적 발표 후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습니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올해 연초 대비 무려 186.49%나 상승했습니다. “AI 관련 주들이 너무 많이 오른 거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해서 고개를 드는 이유입니다.

3분기 실적 우려에도…서학 개미 테슬라 ‘풀매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 연합뉴스


이 때문에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학 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목록에 늘 이름을 올렸던 엔비디아는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췄는데요. 이번 주(10월 14~18일) 서학 개미들은 테슬라(2억 1203만 달러, 약 2904억 원),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상장지수펀드(ETF)(1억 5701만달러, 약 2150억 원),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셰어즈’ ETF(7306만 달러, 약 1001억 원), ASML(5195만 달러, 약 711억 원) 순대로 많이 사들였습니다.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는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고,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셰어즈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사실상 테슬라를 5000억 원 가까이 사들인 셈이죠.

지난 11일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 이후 주가가 9%대 폭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로보택시가 투자심리를 살려내지 못한 만큼 테슬라의 실적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테슬라는 23일(한국시각 24일 오전) 3분기 실적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Y 등의 가격을 4.5%가량 내렸고, 중국 시장에서 모델3와 모델Y 구매 비용에 대한 저금리 대출에 나서기도 했죠.

증권가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습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에서 테슬라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동기 0.66달러를 하회한 0.58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직전 분기인 0.62달러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3분기 판매 대수가 전년보다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3분기 자동차 매출총이익률이 과거 4개 분기 평균(18.7%)보다 높은 19% 이상으로 상승해서 수익성도 회복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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