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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낮은 韓 잠재성장률…“역동성 되살려야”

저출생·고령화에 성장여력 하락

韓 잠재성장률 3년새 0.4%P 뚝

“생산성 높일 수밖에…개혁 필요”

女 경활률 높여 노동 부족 대응도

서울시 송파구, 강남구 일대. 연합뉴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미국에 뒤처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역전 시점이 한 해 앞당겨졌다. 미국의 경제 성장 동력은 건실한 반면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로 성장 여력이 하락해 발생한 현상이다.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 한국의 지난해와 올해 잠재성장률을 각각 2.0%로 추정했다. 반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모두 2.1%로 조정했다.

당초 OECD는 지난해 한국과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각각 1.9%와 1.8%로 봤는데 올 들어 이를 수정했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미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낮은 국가가 됐다. 소득 수준이 높고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일수록 잠재성장률이 낮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결과다. 지난해 미국의 GDP 규모는 27조 3600억 달러로 한국(1조 7100억 달러)의 15배가 넘는다.

문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2021년 2.4%에서 2022년 2.3%를 거쳐 지난해 2.0%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저출생·고령화에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고 경직된 노사 관계 탓에 기업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성을 높일 구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5490달러(약 4860만 원)로 미국(8만 300달러)의 44.2% 수준이었다. 1974년 미국의 1인당 GNI는 우리나라보다 14.5배 많았는데 50년 만에 격차를 2.3배까지 좁혔다. 그 사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문제는 더 이상의 추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데다 잠재성장률도 2년 연속 미국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과 한국의 소득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뿐 아니라 실제 경제 성적도 미국보다 낮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미국(2.5%)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올해 상반기 역시 우리나라는 2.8% 성장한 데 비해 미국은 3.0%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2년 연속 우리 경제와 미국의 격차가 확대된 셈이다.

두 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다른 경로를 그리는 것은 1차적으로 인구구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크게 노동과 자본의 투입, 그리고 총요소생산성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 저출생 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정체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꾸준히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높은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예정이다. 이미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가 2020년부터 노인 세대(만 65세 이상)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2030년부터는 총인구가 900만 명이 넘는 2차 베이비붐 세대도 노인 세대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만 15~65세)는 3632만 8000명이지만 2040년에는 2902만 9000명, 2070년에는 1711만 1000명으로 쪼그라들 예정이다. 노동 공급 부문이 꾸준히 경제성장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인구구조로 인한 성장 둔화는 이미 유럽 선진국들이 겪은 일”이라며 “우리나라도 유럽형 국가로 수렴하는 중간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040년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0.7%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며 “고령화가 진행되는 시기에 총요소생산성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정책적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더 이상의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생산성 강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자본이 상당히 축적돼 자본을 더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고 혁신 친화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방법은 총요소생산성을 키우는 것뿐”이라며 “생산성이 낮은 분야를 선별해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상목(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최근 들어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 등 3개 축과 하위 10개 세부 과제로 구성된 역동 경제 로드맵을 제시하고 구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감세, 기업 기 살리기로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와 정치권의 개혁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노동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은 정치권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역전된 것은 구조 개혁이 지연된 것에 대한 경종이 울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노동 공급에 대한 대응으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고령층의 계속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편”이라며 “이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경제활동인구 감소분의 상당 수준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도 “우리나라는 늦은 입직과 조기 퇴직으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은 편”이라며 “청년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과 동시에 계속 고용을 통해 인적 자본이 노동시장에 머무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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