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핵심 경쟁력은 ‘관계’이고, 새로 선보이는 ‘카나나’는 인공지능(AI) 메이트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카카오가 AI 시장의 새로운 경쟁 모델로 떠오른 ‘AI 에이전트(비서)’에 카카오톡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선언했다. 국내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의 ‘관계성’을 AI 에이전트에 접목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2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 2024’에서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의 청사진을 공개하며 향후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대표 국민 SNS인 카카오톡의 기능을 AI 시대에 맞춰 고도화해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나나는 기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확장해 ‘사람과 AI의 연결’, 더 나아가 AI와 AI를 이어주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정 대표는 “카나나는 친구와 대화하듯이 나를 이해하는 페르소나(새로운 정체성)로서 AI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AI가 나와 대화를 하면서 점점 다른 성격과 감정을 갖게 되고 독립적인 상대방처럼 느끼도록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카나나는 기본적으로 AI와 대화·소통하는 서비스로 AI 비서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 AI 비서 서비스가 다수 등장하는 가운데 다른 AI 서비스와 구분되는 특징은 개인 메이트 ‘나나’와 단체 메이트 ‘카나’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쉽게 설명해 나나는 ‘일대일’, 카나는 ‘다대일’ AI 비서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나나는 이용자와 일대일 대화가 중심이지만 그룹 대화에서의 대화를 기억해 최적화된 개인화 경험도 제공한다. 이용자는 나나를 통해 이용자와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콘퍼런스 참석 일정과 준비물 등과 같은 업무적 능력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식으로 활용된다. PDF 등 다양한 포맷의 문서를 이해하고 요약해 이를 기반으로 토의도 할 수 있다. 텍스트 외에 음성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카나는 단체 대화에 더욱 최적화돼 있다. 나나와 달리 회사의 팀·부서와 같은 그룹 대화 안에서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예를 들면 스터디그룹에서 카나가 활용될 경우 대화에서 함께 읽은 논문 관련 퀴즈를 내주고 채점 및 부연 설명을 해주는 식이다. ‘귓속말 기능’도 특징이다. 이 기능을 통해 이용자는 뒤늦게 그룹 대화에 참여한 후 지난 대화 내용에 대한 요약을 요청하거나 대화 중 오가는 정보를 비공개로 확인할 수 있다.
카나나는 카카오톡과는 독립된 앱으로 출시된다. 연내 사내 테스트 버전 출시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정식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 출시는 내년 초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지난 10여 년간 카카오가 쌓아온 메시지 플랫폼 관련 기술 역량과 서비스 노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을 넘어 AI와 사람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나나 공개를 계기로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진화하겠고 강조했다. ‘가장 나다운 AI’를 뜻하는 카나나의 명칭도 사명인 카카오에 ‘나에게 배워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의미의 네이티브,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뜻의 내추럴 등의 단어를 조합해 만들었다. 카나나는 새롭게 선보이는 대화형 AI 서비스 외에도 AI 전담 조직명 그리고 개발 중인 주요 AI 모델 등의 이름으로 사용된다.
이날 카카오는 연구개발 중인 언어 모델, 멀티모달 언어 모델, 비주얼 생성형 모델 등 주요 생성형 AI 모델도 소개했다. 카카오는 지속적으로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오픈소스 모델 등 외부 모델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택시, 카카오페이의 개인화된 금융상품 등 그룹 차원의 AI 활용 계획도 발표했다. 카카오의 AI 기술과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등을 결합시켜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카나나가 위기에 처한 카카오의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경쟁 서비스의 득세 속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감소하며 ‘국민 앱’ 자리를 유튜브에 내주는 등 위기에 처해 있다. 김범수 창업자 등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도 직면했다. 실적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어 카나나를 어떻게 차세대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키울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쟁사인 구글·오픈AI 등은 일찌감치 AI 사업에 뛰어들며 B2C 기반의 구독형 AI 서비스를 내놓고 AI 서비스로 실제로 매출을 일으키는 중이다.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AI 업계에서도 ‘돈이 되는’ 서비스를 발굴하는 게 핵심 과제다. 카카오는 내년 초에나 일반 이용자들에게 카나나를 선보일 계획이어서 이미 한발 늦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즉각 번역 등 고도화된 AI 기술을 갖고 나오는 글로벌 빅테크에 맞설 수 있는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 모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oj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