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홍콩 H지수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로 급격히 위축됐던 주가연계지수(ELS)가 3분기를 기점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로 쏠렸던 투자 수요가 ELS로 돌아오면서 발행액이 8개월 만에 역전된 것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ELS·ELB 등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견조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9월 원화 ELS 발행액은 1조 6151억 원으로 ELB 발행액 1조 1775억 원보다 4376억 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홍콩H지수 대규모 손실 우려로 ELS는 ELB 대비 발행 규모가 크게 줄었다가 8개월 만에 역전한 것이다. 10월 1~21일 기준 ELS 발행액도 8835억 원으로 ELB(6053억 원)보다 많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통상 3년 만기로 발행돼 6개월이 지날 때마다 조기 상환 여부를 판단하는데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 이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ELB는 ELS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주로 1년 만기로 발행되고 연 환산 수익률은 4~7% 수준이다.
그동안 ELS는 높은 기대 수익률 등으로 ELB보다 더 많이 발행돼왔다. 그러다 올해 들어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 사태와 미국 테크기업 주가 상승으로 직접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ELS 발행이 크게 위축됐다. 실제 2분기 ELS 발행량은 3조 8000억 원으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반면 ELS 위축에 따른 풍선 효과로 ELB 발행액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ELB는 상당 부분이 퇴직연금으로 편입되는 데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3분기를 기점으로 ELS 시장이 되살아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 등으로 H지수가 점차 상승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손실도 축소된 덕분이 컸다. 올 1~9월 만기 상환이 이뤄진 ELS는 15조 4000억 원인데 대부분 2021년 1~9월 발행된 H지수 연계 ELS로 추정된다. ELS 만기 상환 수익률도 9월 이후 플러스 전환하는 등 손실 위험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투자 수요가 회복될 기반이 마련됐다는 진단이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제한적인 ELS를 다시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손실 위험 등이 크게 부각된 만큼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은 여전히 부진하다. 올해 9월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 규모는 808억 원으로 2021년 9월 발행액 1조 8537억 원 대비 4.36%에 불과하다.
글로벌 자산시장 변동성으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전환하는 투자 수요가 늘어날수록 ELS 발행은 당분간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된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있는 ELB 역시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 전균 삼성증권 팀장은 “올 상반기 ELS 시장이 극단적으로 위축됐으나 3분기 원금 손실 위험이 완화되면서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다”며 “올 3분기를 기점으로 파생결합증권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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