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대거 이탈한 후 상급종합병원의 초진(첫 진료) 환자 진료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전체 의료기관의 초진 진료건수는 1억 1409만 9846건으로 전년동기보다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의료기관 종별 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이 기간 상급종합병원의 초진 진료건수는 232만5081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8.7%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은 674건 3824건, 병원은 726만8649건으로 각각 11.6%와 10.3% 줄었다. 요양병원은 23만6220건, 의원은 7616만4649건으로 각각 10.6%, 5.9%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상급종합병원이 대거 인력 이탈로 의료 공백이 생기면서 진료 접근성이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초진 만큼은 아니지만 재진 진료건수도 의료기관 규모에 관계없이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상급종합병원의 재진 건수는 1517만2577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12.3% 줄어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이 각각 0.1%와 0.8% 증가했을 뿐, 종합병원은 11.1%, 병원은 8.5%, 의원은 3.6% 재진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으로 한정하면 의·정갈등 이후 진료건수 감소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해 2~6월 빅5 병원의 초진 진료건수 합계는 65만9865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32.7% 감소했다. 5개 병원 중 가장 타격이 컸던 병원은 초진 진료건수가 11만787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7%나 줄어들었다. 또 다른 빅5 병원의 초진 진료건수도 10만892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39.5% 급감했다. 재진 진료건수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빅5 병원의 재진 진료건수 합계는 451만89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줄었다. 그 중 한 곳은 재진 진료건수가 57만8903건으로 가장 큰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 병원은 초진 진료건수 감소율도 37.3%에 달한다.
환자단체들은 의대 증원 추진과 전공의 사직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의정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우리의 생명이 의정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지난 8개월 동안 느끼고 있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치료를 미루다 암이 재발한 환자 사례 등을 소개하며 "0명이든 2천명이든 뭐가 중요하냐. 지금도 환자들이 수없이 많이 절망하고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의대 증원을 다시 논의해 의료 대란을 종식시키자"고 호소했다.
전 의원은 "장기화된 의료대란 상황으로 상급종합병원 초진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급격히 감소했다. 적기에 진료받았어야 할 중증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중증 질환자의 초과사망 등 의료대란이 국민 건강에 미친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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