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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쿠팡 책임 떠넘기기에 공회전…배달수수료 인하 합의 또 실패

■플랫폼 상생협의체 8차 회의

쿠팡, 매출 차등 수수료안 내놔

큰 틀서 합의 다다랐다는 평가

3사 최혜대우 금지 선언 등 논의

앱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도 요구

올 7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정거래위원회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배달의 민족’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가 23일 배달중개수수료 인하 방안 합의에 실패하고 이달 30일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상생협의체는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 대표 등이 제8차 회의를 열고 9.8%에 달하는 배달 중개 수수료를 5%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그동안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이던 쿠팡이츠가 수수료 인하방안을 내놓으면서 큰 틀에서 합의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그간 입점 업체들은 배민이 낸 차등 수수료 방안을 완화해 6.8% 구간을 매출 상위 20~80%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민은 원래 매출 상위 60%는 9.8%, 60~80%는 6.8%, 80~100%는 2.0%의 배달 중개 수수료를 내는 안을 제시했다. 쿠팡은 배민과 마찬가지로 차등수수료를 도입하되, 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만 배달라이더에 지급비는 인상하는 내용도 담았다 회의 참석자는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를 내렸지만 배달 대행비를 올려서 거부했고 한 차례 더 논의해 최종안을 매듭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일괄적으로 음식 가격의 9.8%를 배달 중개 수수료로 받아 왔다. 2만 원어치 치킨 한 마리를 판매할 때 중개 수수료 1960원(9.8%), 카드 결제 수수료 600원(3%), 가게 부담 배달비 2900원(서울 평균 기준), 부가세 546원 등 총 6006원이 배달 플랫폼으로 빠져나간다. 이는 전체 음식 값의 30%에 달한다. 차등 수수료를 5%로 낮추면 매출 상위 20~80%에 해당하는 입점 업체는 중개 수수료가 1960원에서 960원으로 줄어든다.





이 밖에 협의체는 배달 플랫폼 3사가 최혜대우 금지를 선언할 것과 소비자에게 ‘무료배달’로 알려진 서비스가 실제로는 입점 업체가 평균 4000원 중 2900원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영수증이나 애플리케이션에 기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입점 업체들은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도 요구했다. 현재 배민페이 등으로 결제하면 입점 업체는 간편결제 수수료로 3.0%를 내야 한다. 반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은 영세와 일반으로 판매업자를 구분해 0.91~2.17%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올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배달플랫폼 상위 1·2위 기업인 배민과 쿠팡이츠가 서로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8차례 회의 내내 공회전을 거듭했다. 배민은 쿠팡이츠가 먼저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책임을 회피했고 쿠팡이츠는 한해 7000억 원 넘게 영업이익을 보는 유일한 기업인 배민을 적자인 자신들과 동등하게 비교하는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맞불을 놓았다.

협의체를 비롯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5%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 땡겨요나 광주공공배달앱 위메프오 등 공공배달 플랫폼을 대안으로 거론했지만, 중앙정부의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에 소상공인을 위한 배달비 지원으로 2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이 중 98%가 시장을 장악한 배민 등 배달 플랫폼 3사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재원을 공공배달 플랫폼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점 업체가 배달 플랫폼에 내는 배달 수수료가 현재 논의 대상인 중개 수수료 외에 배달료와 광고비가 포함되고 배달료는 배달 라이더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외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상생협의체에서는 배달 라이더의 위치정보 추적도 요구하고 있는데 배달 라이더들은 반발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배달 생태계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는데 수수료를 건드리면 소비자·입점업체·배달플랫폼·라이더 중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합의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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