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2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점치는 ‘레드 웨이브’에 출렁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을 예상하며 관련 주식과 달러, 채권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 강해진 것이다.
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일부 대형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트럼프 트레이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시에서는 이미 ‘트럼프 관련주’로 꼽히는 불법 이민, 가상자산 테마주가 고공 행진 중이다. 민간 교도소 운영사인 GEO그룹은 이달에만 21% 상승해 2022년 이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고 비트코인 채굴 업체인 라이언플랫폼스도 같은 기간 34% 올랐다. 트럼프 캠프의 모바일 앱을 개발한 ‘트럼프주’ 펀웨어도 이날 하루에만 38%가 급등했다.
트럼프 재선을 준비하며 투자 전략을 손질한 헤지펀드도 적지 않다. 헤지퍼드 서드포인트는 최근 110억 달러(약 15조 원)의 운용 자산 일부를 ‘트럼프 트레이딩’으로 돌렸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제조업과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늘려 특정 자재 및 상품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달러가 약세에서 강세로 방향을 바꾼 것도 이들 큰손의 거래 탓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달러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전면적 관세 부과와 감세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의 정책이 강달러·고금리 환경을 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의 글로벌 외환 및 금리 전략가인 티에리 위즈먼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더 많은 인플레이션과 연관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기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선거 분석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링에 따르면 미 대선에서 도박사들이 베팅한 트럼프의 승률은 10월 들어 급상승했는데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이후 안정됐던 국채금리와 달러도 뒤따르듯 방향을 틀었다. 9월 중순 3.6%까지 내려앉았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4.2%를 웃돌았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9월 말 이후 4% 가까이 상승해 8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클레이스의 분석가는 22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여론조사가 여전히 박빙을 시사하고 있음에도 시장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굳게 믿으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계속 호평을 받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관세’와 연관되는 자산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승률)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이 너무 섣부르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미주 지역 외환 분석 책임자인 팀 베이커는 “트럼프의 승리가 달러 강세를 부를 가능성은 높지만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TD시큐리티의 외환 및 신흥국 전략 책임자인 마크 맥코믹 역시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양쪽 모두에 커다란 ‘테일 리스크(발생 확률은 낮지만 영향은 엄청난)’가 있는 이분법적 이벤트”라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