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가전 업계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제품 출시가 활발해지고 있다. AI 기술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간 삼성·LG 등 대기업만의 영역이었던 AI가전이 중소·중견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되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일전자(002700)는 올해 AI 로봇청소기와 서큘레이터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 히터·전기매트 등 동절기 상품에도 AI 기술을 도입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음석인식 기능을 도입한 AI 서큘레이터는 소비자들 사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 증가를 견인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을 포함한 신일전자의 올 4~9월 선풍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났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AI 음성 명령 기능 등 소비자의 편의성을 강화한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더해 예년보다 더위가 길어지며 판매량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창립 65주년을 맞은 신일전자는 올해를 ‘AI 가전의 원년’으로 삼을 만큼 AI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영 신일전자 회장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계절 가전 부문에서 이미 입증된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AI를 접목한) 생활 가전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매직도 신사업 성장의 키워드를 AI로 설정하고 조직개편으로 ‘AI 성장실’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올해 초 주방가전 부문을 경동나비엔에 매각하며 사업구조를 재편한 SK매직은 AI를 적용한 제품의 적극 개발을 통해 ‘AI 웰니스 플랫폼 기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SK매직의 주력 제품인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 실버케어, 헬스케어 분야의 AI 신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AI 기술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탑재한 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코웨이(021240)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에 AI 스마트 진단 서비스를 도입해 기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내장 센서를 통해 고장 부위를 감지하며 문제시 스마트폰으로 해결 방법을 알려주거나 고객 센터로 자동 연결한다. 또 창문형 에어컨 시장 대중화를 이끈 파세코도 AI와 IoT 기술을 적용한 에어컨을 선보이며 에어컨 본체와 외부 습도를 AI로 감지해 건조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집 밖에서도 설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소·중견 가전 업계에서는 AI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가전 시장에 비해 혁신 기술을 갖춘 스마트 가전 분야는 성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서는 중소·중견 가전 기업도 AI 기술 개발에 손을 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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