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SK에너지 등 자회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조기 인사를 24일 단행했다. 11월 1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고 사장단 교체를 통해 인적 쇄신을 꾀하고 조직 기강을 다잡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는 12월 첫째주 이뤄지는 SK정기 인사보다 한달가량 빠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3개 계열사에 각각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오종훈 사장을 대신해 김종화(57) 울산CLX 총괄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SK지오센트릭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나경수 사장과 김철중 사장 후임으로 최안섭(52)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과 이상민(49)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을 각각 발탁했다.
새로 선임된 사장들은 모두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과 현장 중시형 인사로 평가된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 SK에너지 신임 사장은 정유, 화학사업을 두루 경험한 울산 CLX내 최고 생산 전문가로 꼽힌다. 1994년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해 SK에너지 엔지니어링본부장, SK이노베이션 SHE(안전∙보건∙환경) 부문장, SK지오센트릭 최고안전책임자(CSO) 등 현장 관리를 담당하는 주요 부서를 거쳤고 지난해부터 SK 울산CLX 총괄을 역임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 신임사장은 최근 유가 변동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공정 운영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이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석유사업 부문 수익 악화로 3000억~5000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SK지오센트릭 신임 사장은 연구개발(R&D) 연구원 출신으로, SK지오센트릭 최적운영실장과 전략본부장 등 SK지오센트릭의 주요 보직을 거쳤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SK지오센트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 또한 R&D 연구원 출신이다. SK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첨단 기술 개발을 거쳐 SK엔무브 그린성장사업실장 등 성장사업에서 역량을 쌓았다. 난방공조(HVAC)와 전기차용 윤활유(e-Fluids) 같은 주요 신사업을 단시간내 안착시키는 등 SK엔무브의 성장전략을 재편하는 성과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선 1972년생인 최 사장과 1975년생인 이 사장 등 70년대생 사장 2명을 탄생시키며 젊은 리더십을 기용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기존 1964년생인 나 사장과 1966년생인 김 사장과 비교해 8~9년 젊어진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당면한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형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며 "SK이노베이션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O/I(운영개선)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SK지오센트릭은 신임 사장 선임과 함께 신규 임원 3명을 선임하는 내용의 후속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최근 어려워진 화학사업 여건을 감안, 전체적인 임원 규모를 21명에서 18명으로 3명(14.3%) 줄이고 조직을 단순화했다. 현재 고강도로 이뤄지고 있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에 맞춰 경영 상황이 좋지 않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원 규모가 감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SK에코플랜트도 17일 임원을 66명에서 51명으로 줄이고 일부 조직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에는 이날 사장 인사가 발표된 3곳 외에 SK온,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어스온, SK엔텀 등 자회사가 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SK온에 흡수합병이 예정돼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 등은 유임됐다. SK그룹 전체 사장단 및 임원 정기 인사는 오는 12월 5일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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