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에서 강남 고객들은 ‘큰손’으로 통한다. 보험 상품을 단순한 보장이 아니라 절세와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점포와 설계사들을 강남 지역에 집중 배치해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서울에 있는 전체 지점 중 37.4%를 강남 3구에 배치했다. 강남 3구 지점에 소속된 설계사는 서울 전체 설계사의 37.5%를 차지한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생명보험 설계사 3명 중 1명은 강남 3구 소속인 셈이다. 서울에 25개의 자치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 업계가 강남 3구에 얼마나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랜 불경기와 고령화·저출생 등의 영향으로 한 달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망보험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강남은 얘기가 다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달 먹고살 돈도 없는데 무슨 종신보험에 가입하냐는 분위기가 요즘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지만 강남 지역 고객들은 다양한 이유로 생명보험을 찾고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 수요가 있는 고객층에 영업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보험 상품을 상속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들은 최근들어 부쩍 ‘CEO 보험’ ‘경영인 정기보험’ 등의 이름을 붙인 상품을 만들어 “상속세 재원 마련에 활용할 수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보험금으로 현금·건물·토지·주식 등에 대한 상속세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고액 자산가들에게 종신보험은 상속세 절감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상속의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험 상품이 편법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법인이 경영인 보험에 가입하고 피보험자를 대표이사로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하면 법인이 매달 내는 보험료는 비용으로 처리돼 비과세 대상이 된다. 보험료 납입이 끝난 뒤 대표가 은퇴하면 법인은 보험을 해약해 해지 환급금을 퇴직금으로 준다. 해지 환급금은 법인의 수입이므로 과세 대상이지만 이 돈을 곧바로 퇴직금으로 주면 비용으로 잡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강남의 부유층들은 재산을 불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서 “서민층이 사망보험 시장에서 이미 떠난 상태라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유층을 상대로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집중 소개하는 게 영업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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