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에 ‘준비 중’이라고 떠 있으면 고객들에게도 가게 이미지가 나빠집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저녁 피크타임 때마다 걸리는 ‘주문 거리 제한’으로 근심이 깊다. 예전 같으면 여의도 한강을 찾는 고객들의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간이지만 배달 앱 주문이 막혀 매출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그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가게 노출이 많이 되는 배달 요금제로 전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입점 업체들은 배달 플랫폼들이 주문할 수 있는 거리의 제한을 두거나 노출 순서를 변경하는 것은 플랫폼에 유리한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매출 급감을 걱정하는 입점 업체들은 배달 앱에서 소비자에게 노출이 더 많이 되는 상품제로 갈아타는 것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상품별로 입점 업체의 노출 빈도를 다르게 하고 있다. ‘울트라콜’ 상품의 경우 ‘깃발’을 개당 월 8만 8000원에 판매하는 정액제 광고 결합형 상품이다. 입점 업체가 깃발을 구입해 특정 지역에 꽂으면 2㎞ 이내 소비자에게 노출된다. 중개 수수료는 없다. 반면 6.8%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 ‘오픈리스트’ 상품은 반경 4㎞ 이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데 울트라콜 업체보다 배달 앱 화면 상단에 노출된다.
여기에 더해 배민은 올해 초 ‘배민1플러스’라는 정률형 요금제를 새롭게 내놓았다. 이전에는 점주가 소비자와 배달비를 나눠 냈지만 이 요금제는 배달비를 모두 점주가 부담한다. 여기에 중개 이용료 9.8%는 별도다. 오픈리스트나 울트라콜 상품보다도 앞서 배달 앱 화면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25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감사에서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음식배달 화면의 노출 순서가 배민배달, 오픈리스트, 울트라콜 순서로 배민에 주는 돈이 높은 순서로 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들은 배달 라이더의 안전과 비용 절감,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리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라이더들은 기상 여건이 나빠질수록 배달비에 할증료를 받을 수 있다. 배달 플랫폼 중 직접 배달료를 지급하는 쿠팡이츠는 주문 거리를 제한해서 라이더가 한 곳에 쏠리는 현상을 조정한다.
실제로 배달 대행사인 생각대로·만나플러스·바로고 등은 라이더를 모집하면서 할증료를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를 대상으로 한 라이더를 모집하면서 기본 배달료 4200원, 기본 거리 1.5㎞를 넘어갈 경우 100m당 100원 추가, 그 밖에 야간 할증, 우천 할증, 고층 할증을 각각 500원씩 더한다고 밝혔다. 기본 거리 내에서도 최대 57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한국전기이륜차배달라이더협회 관계자는 “라이더들은 날씨가 나쁘면 할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말했다.
거리 제한 상황을 입점 업체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배달 플랫폼들도 인정했다. 배민 관계자는 “거리 제한 적용 시작과 해제를 입점 업체 사장님의 주문 접수 프로그램에 알리고 있다”면서도 “적용 중간의 세부 변화를 일일이 알리는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바쁜 시간대에 사장님들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이 없을 때는 가게마다 전속 라이더가 있었고 그때는 거리 제한이나 할증이 없었다”면서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시장이 커지는 데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