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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때 엔비디아 살걸”…19년 전 엇갈린 ‘이 회사’의 운명

2005년 인텔 이사회서 인수건 반대

엔비디아,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2위

美, 반도체법 통해 ‘인텔 살리기’ 나서

AFP 연합뉴스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이 20년 전 엔비디아 인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사업 부진으로 매각설이 거론되고 있는 인텔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최대 수혜기업인 엔비디아를 인수하려 했다는 자체로 관심이 쏠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2005년 당시 인텔 최고경영자(CEO)였던 폴 오스텔리니가 엔비디아를 200억 달러(약 27조6000억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이사회에 제안했다고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임원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기본 설계가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봤지만, 이사회에서 이를 반대했고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운명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만약 인텔이 엔비디아를 인수했다면 현재 AI 기술의 발전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3조4443억 달러(약 4761조 원)로 애플에 이어 전 세계 기업 시총 2위다. 이는 AI 흐름에 뒤처진 인텔 시총 955억 달러(약 132조 원)의 36배 수준이다.

한때 개인용컴퓨터(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을 지배했던 인텔은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당한 상태다. 퀄컴 등이 인텔 인수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2021년 팻 겔싱어 CEO 취임 이후 인텔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AI 칩 등 인기 제품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AFP 연합뉴스




NYT는 전직 인텔 임직원 및 업계 애널리스트 20여 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오늘날 인텔의 부진에는 사업상의 기회를 놓친 것과 잘못된 의사 결정 및 실행, 오랜 성공에 젖은 기업 문화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프로젝트가 기안돼 수년간 진행되다가 경영진의 조바심이나 기술 부진 등의 여파로 갑자기 중단되곤 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엔비디아 인수가 무산된 뒤 이사회의 지원 아래 그래픽 부문에서 경쟁사를 뛰어넘기 위해 ‘래러비(Larrabee)’로 이름 붙은 사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4년간 수억 달러를 썼지만 2009년 끝내 중단했다.

인텔은 2016년 4억 달러(약 5529억 원)에 AI 업체 너바나시스템을 인수하고 이 회사 CEO에게 AI 제품 부문을 맡겼는데, 그는 인텔 근무 당시 엔지니어 고용이나 엔비디아와의 경쟁 등에서 많은 사내 제약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팀이 새로운 칩 개발에 가까워졌을 때 사측이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에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2년이 뒤처지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 등을 통해 인텔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인텔은 2022년 통과된 반도체법의 핵심 지원 대상으로 꼽힌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구글 등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을 만나 여러 차례 인텔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것을 촉구해왔지만, 대다수는 인텔의 기술 수준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러몬도 장관이 TSMC, 삼성전자 등을 의식해 겔싱어 CEO와 너무 친밀해 보이지 않도록 공식 석상에 함께 나서는 것을 자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미국 정부가 인텔의 반등을 지원할 수 있을지, 혹은 인텔에 그저 수십억 달러를 쓰는 데 그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피터 하렐은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거액을 베팅하고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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