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남성들의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질병 진단이나 치료를 회피하게 만들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따르면 시카고대 메디컬센터 너새니얼 글래서 교수팀은 1994년부터 2018년까지 423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12~18세 남성 청소년들을 청년기(24~32세)와 성인기(32~42세)까지 추적 관찰됐다.
분석 결과 남성성을 강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남성일수록 의료진으로부터 심혈관질환 위험 진단을 받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또한 이미 진단을 받은 경우에도 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 사실을 밝히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래서 교수는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위험 요소들이 기본적인 1차 진료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성이 강한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 신호를 무시하거나 숨기는 정확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이로 인해 질환 예방과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글래서 교수는 "성별이나 인종과 같은 정체성에 기반한 사회적 압박이 건강 관련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이러한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배려가 확대된다면 이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남성성과 건강 문제 회피 간의 관계를 처음으로 장기 추적 조사한 것으로 남성 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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