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2025년 경영전략 수립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그룹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동시에 책무구조도 도입과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한 대응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고객 중심 경영과 디지털 혁신 등 미래 성장 전략 구체화 역시 중요 화두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출동한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 지주사 수장들이 이번 주 복귀하면 이들 지주사들의 경영전략 수립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우리·하나)는 2025년 경영전략 키워드를 내부통제, 디지털, 수익 구조 다변화, 글로벌 등 4가지로 잠정 설정했다. 이들 금융지주 각 계열사나 사업 부서는 경영전략 방향과 관련한 회의를 상시적으로 진행하며 내년 사업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환율이나 금리 전망 등 거시적인 부분들에 대한 내용을 고려할 것”이라며 “거시 금융 환경을 토대로 전략 차원의 방향성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현재 각 계열사나 사업 부서가 (지주) 회장이 강조해오던 여러 부분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전략화할지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며 “11월 중순 이후 전략 키워드가 확정된다”고 귀띔했다.
내년 1월부터 지주와 은행에 대한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내부통제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는 횡령·배임·불완전판매 등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별 책임과 제재 근거를 명확히 한 문서다. 은행권 내부의 금융 사고 문제가 잇따르자 금융 당국도 내부통제에 만전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의 본질은 신뢰다. 내부통제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전체 금융업권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의 금융 사고 규모는 6600억 원대다. 업권별로는 은행(4097억 원)이 가장 컸다.
특히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로 고초를 겪은 만큼 내부통제와 조직 쇄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달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 지침을 개정하고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때 회장과 미리 협의하는 ‘사전협의제’를 없애는 등 본격적인 그룹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경우 지주 회장과 미리 협의하도록 했는데 이 절차를 없애 회장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 밖에 이사회 내 사외이사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와 그 직속 기구인 윤리경영실을 조만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거시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한국도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행렬에 합류하며 금융사의 이자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가 더욱 중요해졌다.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하나금융은 올 7월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에 각각 2000억 원,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는 등 그룹 내 시너지 창출 및 자생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심화하는 국내 경쟁 환경을 감안하면 디지털 및 글로벌 부문 강화 역시 중요한 이슈다. 당국이 다음 달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예비 인가 심사 기준을 발표하고 신규 인가 절차에 속도를 낼 예정이어서 디지털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신한금융의 경우 진 회장이 최근 "디지털 혁신은 고객 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 방향성은 고객에게 이롭고 사회에 정의로워야 한다”고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양 회장의 소통 경영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양 회장은 앞서 올 상반기 실적 보고와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 시기에 계열사들을 직접 방문하는 등 영업 현장과의 소통을 이어왔다. 양 회장은 지난달 27일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도 “현장과 고객 지향적 경영관리 체계는 모든 사업을 추진할 때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며 현장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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