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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막으랬더니…‘살빼는 주사’ 비대면처방 18배 뛰었다

'위고비'와 작용기전 유사한 비만치료제 '삭센다'

올해 2월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이후 급증세 보여

비대면진료 허점 커진 틈타 오남용 우려 높아져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종로약국에 위고비가 놓여 있다. 위고비는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식약처는 위고비가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에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한 틈을 타 비만치료제의 비대면 처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삭센다 약제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로 삭센다를 처방하고 DUR 점검을 거친 진료건수는 올해 9월 기준 3347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183건)과 비교하면 9개월새 처방량이 18.3배(3164건)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면 진료로 삭센다를 처방한 후 DUR을 점검한 건수는 1만 2562건에서 1만 4729건으로 1.1배(2167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삭센다 약제의 DUR 점검 처방전 건수.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전진숙의원실 재가공


삭센다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비만 치료제다. 약물이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로 복부, 허벅지 등 지방조직에 하루 한 번 놓으면 체내 GLP-1 호르몬을 흉내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당을 떨어뜨려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낸다. 2018년 국내 발매돼 이미 8년째에 접어든 만큼 처방량이 새삼 폭증한 데는 대면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한 비대면진료가 전면 허용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 후 삭센다 처방건수를 월별로 살펴보면 올해 1월에만 384건으로 전월(2023년 12월) 183건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2월 처방량은 전월대비 70/2% 증가한 1309건에 달했다. 올해 2월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한 후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자 그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겠다며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한 시점이다. 당초 비대면진료는 의료취약지나 휴일·야간에만 초진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을 뿐,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가능하도록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그런데 의정갈등으로 인해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까지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확대된 사이 비대면진료를 통한 비만치료제 처방이 급증한 것이다.



비대면진료를 통한 삭센다 처방건수는 올해 2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계절적 수요가 높아지는 7월에는 3908건까지 치솟았다. 전월대비 증가율은 62.2%에 달해 대면진료 후 삭센다 처방건수 증가율 14.2%와 대조를 이뤘다.

공교롭게도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15일 삭센다의 후속약물인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정식 발매하면서 비대면진료를 통한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꿈의 비만약'이라 불리는 위고비가 국내 발매와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불법 유통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BMI 27∼30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경우로 처방 대상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인 만큼 무분별하게 처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통해 직접 비만치료제를 구입한 과정을 설명하며 "본인 확인부터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총 21초였다. 본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본적인 환자인 상태도 물어보지 않는다. 키 170cm 몸무게 60kg인 정상 체중인에게도 단순히 원한다는 이유로 이런 전문의약품을 처방해 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 의원은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비대면진료가 의료접근성 해소가 아닌 비필수·비급여 분야 과잉진료 효과를 낳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겠다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지만 비만치료제 처방 증가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실태조사와 더불어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비대면진료가 활용될 수 있도록 조속한 법적 근거 아래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에 따라 작년 9월부터 DUR 점검 시 대면‧비대면 진료 정보를 구분해 입력하도록 조치했다. 삭센다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안전기준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삭센다 처방에 DUR 점검을 적용한다. 이번에 심평원이 제출한 자료는 처방 과정에서 DUR을 점검한 건수이므로 실제 처방·조제 및 복용 여부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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