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2015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홍산’ 마늘은 기후변화에 강한 대표적인 품종이다. 따뜻한 곳과 추운 곳에서 모두 재배가 가능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통상 마늘은 따뜻한 곳에서 재배하는 품종과 추운 곳에서 재배하는 품종이 다른데 둘을 다른 곳에서 재배하면 생산량과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홍산 마늘은 재배지 날씨가 변해도 견딜 수 있다. 농진청은 홍산 마늘 재배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가·지역별 맞춤형 재배 기술 보급·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이상고온·폭우 등 기후 재해로 농산물 가격이 널뛰는 가운데 정부가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 재배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국내에서 개발된 신품종 중에서도 병해충이나 이상기후에 강한 품종들을 집중 육성하고 이를 수출 확대로 연결 시킬 계획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통해 품종 개발 속도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27일 농진청에 따르면 농진청이 개발한 신품종은 지난해 기준 총 2681개다. 이 중 기후변화 대응 품종은 △식량 작물 179종 △과일·채소 같은 원예작물 115종 △사료작물 43종 등 총 337종이다.
대표적인 기후 적응형 품종은 ‘신화’ 배다. 신화 배는 생산량이 가장 많은 신고 배와 비슷하지만 잎검은점병·배검은별무늬병 등 병해충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신고 배 재배 면적은 2020년 138㏊(헥타르)에서 2022년 161㏊, 올해 183㏊ 등으로 증가했다.
키위 신품종인 ‘스위트골드’와 ‘감황’도 주요 기후변화에 알맞은 품종이다. 통상 키위는 10월 말~11월 초에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 수확을 앞두고 서리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스위트골드나 감황 키위는 10월 중하순이면 수확할 수 있어 서리 피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농진청은 기을철 이상 고온으로 인한 키위 숙기 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재배 기술도 개발 중이며 농진청 내 키위 전문가를 중심으로 주기적 기술 지도와 같은 생산 농가 현장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포도의 경우 더위가 길어지면 연두색인 포도알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착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2022년 개발된 신품종 ‘젤리팝’ 포도는 더위에도 착색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농진청의 한 관계자는 “젤리팝 포도는 고온이 오기 전에 착색이 시작된다”며 “이외 ‘썸머 크리스피’ 포도도 착색 불량 걱정이 없는 품종으로서 지속적인 연구와 실증 재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디지털 육종에도 힘쓸 방침이다. 디지털 육종은 빅데이터·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을 활용해 작물을 개발하는 것으로, 기존의 육종 기술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복합 형질을 지닌 새로운 품종을 비교적 신속히 개발할 수 있다. 권재한 농진청장은 “올해는 10월까지 고온이 지속되면서 포도는 과피가 충분히 착색되지 않았고 배는 일소(화상) 피해가 컸다”며 “신품종 보급에 더해 디지털 육종 기술도 활용해 품종 육성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신품종의 특성을 정확하게 발현시켜 각종 농업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손잡고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의 수출 판로도 지원한다. 배의 경우 농진청이 신품종을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전문 생산 단지를 지정해 기술 지원을 강화하면 aT가 수입상 알선, 해외 판촉 등을 밀착 지원하는 식이다. 두 기관은 이를 위해 25일 전주시 농진청 본청에서 ‘기후변화 대응 신품종 소개 및 수출 지원 계획 설명회’를 열고 국내 신품종 생산 농가와 싱가포르·베트남의 신선 농산물 수입상 간 온라인 미팅을 주선했다. 권 청장은 “농진청은 현재 수출 유망 품목 후보를 발굴해 aT에 추천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기술 지원도 병행해 수출 농산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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