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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개편 논의도 스톱…정치권 대립에 민생은 '뒷전'

[물 건너간 '부담금 철폐']

시행령으로 12개 항목 정비 불구

법개정 사항은 여야 갈등에 지연

연초부담금 등 폐지 논의도 중단

"정치논리로 개편 좌우 안돼" 지적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대대적으로 개편을 추진했던 부담금 중 13개의 폐지·완화 작업이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과 폐기물처분부담금 같은 시행령 개정 사안과 일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담금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연 4000억 원에 가까운 부담금이 ‘준조세’처럼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남은 부담금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해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부담금 폐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정부의 ‘부담금 정비 관리 체계 강화 방안’ 발표 이후 현재까지 폐지·완화되지 않은 부담금은 개발부담금과 장애인고용부담금 등 총 13개다. 연간 국민 부담을 기준으로 따지면 약 3827억 원 규모의 부담금이 남아 있다.

항목별로 보면 △국토교통부 개발부담금 3082억 원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부담금 529억 원 △기획재정부 연초 경작 지원 등의 사업을 위한 출연금 153억 원 △해양수산부 운항관리자비용부담금 53억 원 등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없애기로 한 부담금 중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여야 대립이 극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한 부담금 철폐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표 값에 포함돼 소비자가 납부했던 영화관입장권부과금(입장료의 3%)은 폐지 후 보름 만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부활 수순을 밟고 있다. 부과금 폐지를 뼈대로 한 영화·비디오물진흥법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달 1일부터 부과금이 사라졌는데 이 부과금을 되살리는 내용의 법안이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회의에서 통과돼 폐지된 부담금을 국회가 한 달 만에 다시 만든다고 하는 것은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개발부담금의 경우 정부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침체된 건설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4년 사업 인가분에 한해 수도권은 50% 감면, 비수도권은 100% 면제하기로 했다. 개발부담금은 개발 사업 시행자에게 개발 이익의 20% 또는 25%를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개발부담금이 감면·면제될 경우 2024년 기준 연간 3082억 원의 부담이 경감된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도 개발부담금을 감면·면제하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2024년 사업 인가분에 대한 부담금 감면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 올해 감면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개발 이익이 결국 사업자의 수익인데 여기서 20~25%를 떼어 간다는 것이니 건설 업계에서는 부담이 상당하다”며 “정부 방침을 감안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제로 부과하지 않더라도 법 통과가 되지 않아 정말로 감면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개발부담금과 함께 건설 업계의 대표적인 ‘준조세’인 학교용지부담금은 반쪽짜리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아파트 분양 가격에 전가된다는 지적에 정부는 당초 학교용지부담금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교육 재정 결손이 날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담금 부과 요율을 0.8%에서 0.4%로 낮추는 식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 불필요하거나 중복돼 폐지 필요성이 높은 부담금도 국회에 발목을 잡혔다. 연초 경작 지원 등의 사업을 위한 출연금은 국내 연초 생산 기반을 안정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국내 담배 제조 업자에게 20개비당 5원씩 매년 140억~150억 원 규모로 부과돼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초 생산 기반 안정화 사업은 이미 조성된 기본 재산의 자산 운용 수입만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이 출연금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논의 역시 멈췄다. 부담금 성격에 맞지 않아 폐지하기로 한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건설비용 부담금과 산업단지 시설부담금, 도로법 원인자부담금, 지자체 공공시설의 수익자분담금도 마찬가지다.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과 해양심층수이용부담금, 운항관리자비용부담금 등 역시 국회에 묶여 있다.

영화관입장권부과금처럼 폐지됐는데도 되살아나는 부담금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야당이 국회를 주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다른 부담금도 부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부담금 개편이 정치 논리로 인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담금은 행정부가 자신들의 편의 때문에 손쉽게 거둬서 쓰는 것인데 이는 부담금이 아니라 법적인 근거 아래서 조세로 충당하든지 해야 할 문제”라며 “불합리한 제도가 만연해 있다면 어떤 정부는 이를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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