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예상치와 시장 기대치를 모두 하회했다. 이는 경제 구성원들과 금융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출 부문의 위축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한국은행에서는 3·4분기 수출 부문 악화에는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 반영돼 있어 4·4분기에 되돌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4·4분기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는 만큼 한은 전망처럼 3·4분기 대비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수출 기업들의 체감 경기 둔화, 미국 대선, 향후 주요 교역국 성장률 둔화 우려 등을 감안하면 반등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내수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며 향후 경기 전반에 대한 우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3·4분기 GDP 수치가 기대치를 크게 하회한 만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정부가 전망하는 2.6%나 한은 전망치인 2.4%를 충족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수치를 달성하려면 4·4분기 우리 경제가 1.2% 이상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 기대치는 2%대 초반으로 하향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2% 이상에서 형성돼 있는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1%대로 순차적인 하향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향후 통화 정책 결정과 관련해 한은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금융 시장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 동결보단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기 시작할 것이다. 수출 경기 둔화가 경기 악화를 가속할 수 있는 만큼 내수 경기 부양 내지 지지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발표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기재부 1급 간부 회의를 통해 “향후 경기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내수·민생 대책 등의 집행을 가속해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압박은 한은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향후 물가 상승률에 대한 경제 주체의 주관적 전망)과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한은의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 들어 10월 이전까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부동산 경기 및 가계부채 문제였기 때문이다.
기대치를 하회한 우리나라 3/4분기 성장률과 한은 금리 인하 기대 상승은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를 더욱 가파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대보다 양호한 경제지표로 미 연준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고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를 보면 이번 3/4분기 성장률 기대치가 3.2%까지 올라와 있다. 변동성이 높고 발표되는 지표에 따라 크게 변하는 지표인 만큼 이 수치를 그대로 3·4분기 미국 성장률로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 미국 경제가 당초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양호한 것은 분명하다 이에 한때 대부분을 차지했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며 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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