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4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에 맞춰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일임 서비스 준비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RA를 활용한 퇴직연금 일임형 혁신금융 서비스 사업자 신청을 한 8곳의 증권사와 2곳의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심사 중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이르면 연내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한정해 RA 일임 서비스가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RA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직접 매매까지 대신해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RA 기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형 서비스만 가능만 상황이다.
로봇(Robot)과 자산 관리 전문가(Adviser)의 합성어인 RA는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시장 데이터 분석 자료에 통계적 예측 기법을 적용해 투자 판단을 내리는 RA의 특성이 퇴직연금 같은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RA 일임 시장 점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2018년부터 자체 알고리즘 개발에 공을 들여온 미래에셋증권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RA 전문 운용사들과 협력하며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증권도 자체 알고리즘 기반 RA 서비스 개발에 나섰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디셈버앤컴퍼니·업라이즈·콴텍 등 RA 전문 운용사들과 협력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12월 중 RA 퇴직연금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RA의 역할이 단순 자문에서 매매 주문까지 확대된 만큼 향후 운용 수익률에 따라 성과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RA 서비스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에 사람이 해왔던 운용 방식보다 높은 수익률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성 역시 중요한 평가 요인이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RA 서비스의 경우 과거 데이터 편향성으로 인한 예측 오류, 생성된 결과물의 자의적 해석, 과소 추정 또는 거짓 양성반응에 따른 효율성 감소로 정보적 연관성과 결과의 해석 가능성 저하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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