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30일 이사회를 열어 2조 500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했다.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지분율 격차를 뒤집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마련한 차입금을 일반 주주가 청약한 돈으로 갚겠다는 것인 데다 주당 납입 가격도 전날 고려아연 종가(154만 3000원)의 43%인 67만 원에 불과해 기존 투자자를 농락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을 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보통주 373만 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주당 모집 가액은 67만 원으로 예정됐다. 다만 일반공모 청약일 전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할인율 30%를 적용하기 때문에 더 하락할 여지도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공시 직후 하한가로 급락해 108만 1000원에 마감했다.
눈에 띄는 점은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고 일반 청약자에게는 최대 3%(11만 1979주)까지 제한한 부분이다. 고려아연은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 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MBK 측의 청약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지분율은 영풍·MBK와 최 회장 측이 38.47% 대 35.97%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성공하게 되면 MBK가 3%를 확보해도 36.06% 대 38.53%로 최 회장 측이 앞서게 된다.
시장에서는 주당 89만 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해놓고 67만 원에 일반공모를 한다는 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자금 조달 목적에 언급된 2조 3000억 원의 채무상환 자금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다. 최 회장의 개인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이 이를 대신 갚아주는 꼴인 셈이다. MBK 측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로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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