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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만 무성한 투자자 보호





“왜 주가를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중견기업 대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 세미나에서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가 “국내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며 전해준 이야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고 정부까지 나서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마당에 정작 당사자들은 주가 부양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거래되는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 차이를 보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저절로 공감이 된다. 최근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한양증권 주가는 1주당 1만 2500원 수준인데 대주주 지분 25.59%는 주당 5만 8500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부 지분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한온시스템 등 정도가 지나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만 인정되면 평소 주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오히려 상속 등에서 불리하니 주가를 왜 올려야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줄일 수 있도록 지분 25% 이상을 보유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잔여 지분의 ‘50%+1주’를 의무 공개매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21대 국회에서 법안까지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22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제도 도입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무 매입 대상을 잔여 지분 100%로 할지, 50%+1주로 할지 등 세부 내용을 놓고 다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다 또 시간만 보낼까 우려되는 이유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 증시가 유독 부진한 이유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새롭게 뭘 하기보다는 이미 논의가 끝난 제도부터 서둘러 도입하고 추후 보완하는 식이 돼야 한다. 한국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불신과 불만, 피로감이 누적된다면 회복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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