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30일 이마트(139480) 부문과 백화점 부문의 계열 분리를 공식 선언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번에 승진한 동생 정유경 ㈜신세계 신임 회장은 독자 경영의 길을 걷게 됐다.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백화점도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선방하며 계열 분리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쉽지 않은 업황 속에서 각자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를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한 이후 정용진 회장이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e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고 정유경 총괄사장이 백화점과 아웃렛, 면세점, 패션·뷰티 등을 맡아왔다.
2016년에는 두 사람이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해 얽혀 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했다. 당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 지분 7.31%를 정유경 사장에게, 정유경 사장은 이마트 지분 2.52%를 정용진 회장에게 각각 양도했다. 이를 통해 상호 보유 지분이 상장사는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이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친족독립경영 요건을 해소했다.
2019년에는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신설했다. 뒤이어 2020년에는 정 회장 남매의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당시 두 사람의 각 회사 지분율이 각각 10.3%에서 18.5%로 올라가며 최대 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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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이번에 계열 분리를 완성하면 각자 본업을 키우고 건설 등 일부 사업의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에 전이되는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그룹 전체 매출에서 이마트 부문은 34개 계열사가 약 82%, 백화점 부문은 19개 계열사가 18%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룹 전체로 보면 매출의 75%가 유통에서 나오며 내수 비중 90%로 수익 구조가 쏠려 있다. 부문별 자산은 이마트 부문이 43조 93억 원이고 백화점 부문이 19조 424억 원이다. 이대로 계열 분리한다고 가정하면 이마트 부문은 재계 11위, 백화점 부문은 26위권에 각각 포진하게 된다.
이마트는 외연 확장 과정에서 떨어진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정용진 회장 주도의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이날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이마트의 판매본부와 트레이더스 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합하고 전략마케팅본부를 신설했다. G마켓은 실을 폐지해 조직을 간소화했다.
상대적으로 그룹 내 비중이 적었던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계열 분리를 계기로 미래 성장 발판을 다지게 됐다. 그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본격적인 경영을 맡은 2016년 이후 백화점 사업 부문의 매출과 손익을 2배 성장시켰다.
특히 업계 처음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연 거래액 3조 원을 달성하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에 이은 만년 2위에서 1위를 넘보는 지위에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이 직접 해외 명품을 유치하고 백화점 현장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 하우스오브신세계 등 공간 기획과 디자인을 직접 챙겼다”면서 “총괄사장이 된 후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신세계 센텀시티 등 주요 상권의 대표적인 백화점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회복이 더딘 면세점 부문의 턴어라운드를 어떻게 이끌지 경영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년이 소요될 계열 분리 작업에서는 각 사업의 본질 가치와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이 첫 단계다. 이어 상장사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각 3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승인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 신세계그룹이 경영전략실을 통해 신세계백화점의 인사 등 일부 경영에 관여해 온 것도 조직개편을 통해 정리하게 된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소유한 SSG닷컴 지분은 신세계가 사업적으로 더 가까운 이마트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각각 갖고 있다. 2021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함께한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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