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31일 그룹 정기인사에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날 단행한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오너십과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단일 지주사 아래 형제경영 강화= 정 회장은 2009년부터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아오며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4년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정교선 회장의 승진은 악화일로를 걷는 국내 홈쇼핑 시장 환경에서 현대홈쇼핑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그의 경력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교선 신임 현대홈쇼핑 회장은 아울러 현대백화점그룹의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도와 그룹 경영 전반을 함께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부터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해 두 개의 지주사를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분할이 국민연금의 반대로 실패하자 현대지에프홀딩스 단일 지주사 체제로 노선을 변경했다. 현재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1·2대 주주다. 당분간은 단일 지주사 아래서 형제경영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비용통제 높이고 본업 집중=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사의 그룹 통제를 위해 현대지에프홀딩스에 인사와 법무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각 계열사의 비용 관리를 위해 재무팀 지위도 격상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은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재경전략실을 새로 만들었다.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현대이지웰, 현대퓨처넷, 현대디에프 등 계열사도 재경 조직에 힘을 실었다. 수익성이 낮아진 현대백화점 일부 점포는 연말 인원 감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의 본업을 유지하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변화도 꾀한다. 현대리바트는 기업간거래(B2B)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비즈니스솔루션본부를 만들었다. 정교선 회장의 현대홈쇼핑은 트랜드와 리빙·식품 담당 조직을 신설하는 등 비(非)패션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광고 플랫폼 사업이 주력인 현대퓨처넷은 리테일사업과 홈쇼핑 사업부문을 신설해 앞으로 현대홈쇼핑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매트리스 제조사인 지누스는 영업과 생산본부를 신설해 국내 사업을 확장할 전망이다.
◇면세점, 지누스 등 대표 교체= 이날 현대백화점 그룹은 실적이 부진하거나 장기간 인사 변화가 없던 현대디에프·지누스·현대L&C·현대이지웰의 대표를 교체했다.
현대디에프는 박장서 영업본부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박 신임 대표는 1992년부터 33년째 면세점 등에서 영업을 담당했고 2020년에 현대디에프에 합류했다. 종합 건자재 기업인 현대L&C 신임 대표에는 이진원 현대그린푸드 푸드서비스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이 신임 대표는 현대백화점, 현대리바트, 현대그린푸드에서 재경총괄을 담당하며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지누스에는 현대L&C 대표를 맡고 있는 정백재 대표가 내정됐다. 정 신임 대표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하는 현대에버다임의 재경실장과 현대L&C의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토탈 복지 솔루션 기업인 현대이지웰 대표로 내정된 박종선 대표는 현대홈쇼핑 온라인사업부와 영업전략담당을 거쳐 2021년 현대이지웰로 자리를 옮겨 상품운영본부장을 맡다가 대표이사로 승진한 사례다.
그 밖에 김창섭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은 더현대서울과 부산 커넥트 현대의 성공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성일 현대퓨처넷 대표도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에 올랐다. 이희준 현대바이오랜드 대표는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협업을 통해 건기식 사업을 확대한 덕분에 부사장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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