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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HBM3E 8단' 엔비디아 뚫었다…TSMC와 메모리 협력 가능성도 [biz-플러스]

◆ AI 가속기 '호퍼 시리즈' 탑재…HBM 주도권 경쟁 합류

"퀄 테스트 완료, 4분기 판매확대"

3분기 반도체 영업익 4조 하회

HBM 공급 늘려 추격 발판 마련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주력 인공지능(AI) 가속기인 호퍼 시리즈(H100·H200)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한다. 삼성이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과 함께 본격적인 AI 메모리 경쟁에 합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0월 31일 올해 3분기 확정 실적 발표회에서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양산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의 퀄(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중요 단계를 완료해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엔비디아 퀄을 통과한 제품은 HBM3E 8단 제품으로 본격 납품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차기 AI 칩인 블랙웰에 탑재되는 HBM3E 12단 제품을 9월부터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1단계 뒤처져 있기는 하지만 양 사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SK하이닉스에 내줬던 주도권을 조금씩 따라잡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그동안 경쟁사에 AI 메모리의 주도권을 빼앗긴 뒤 고전해왔다. 실제 삼성 반도체(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3조 8600억 원에 그쳐 SK하이닉스(7조 3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조 2000억 원에 이르는 일회성 비용과 1조 7000억 원대로 추산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적자를 빼고 보더라도 수천억 원대의 이익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등 범용 칩 가격이 3분기 내내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HBM과 같은 선단 메모리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 전체 매출은 79조 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갈아 치웠다. 영업이익은 9조 1800억 원을 달성했다. 3분기 연구개발(R&D) 비용 역시 분기 최대인 8조 8700억 원을 집행했으며 올해 시설투자도 사상 최대인 56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삼성, HBM 매출 70%이상 성장…"6세대는 TSMC와 협력할수도"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은 경쟁사와의 HBM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6세대 HBM(HBM4)에서 역전을 노리기 위해 라이벌인 TSMC와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올해 잃어버린 초격차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까지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사업부는 투자 축소 카드를 꺼내면서 내년 적용할 2나노 공정 구현에 사활을 걸었다.

31일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온라인으로 열린 3분기 회사의 실적 발표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HBM 3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7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의 발표는 삼성전자의 HBM 사업이 점점 정상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만든 인공지능(AI)용 메모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올해 4·5세대 HBM 선두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 D램 시장 선두의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통해 반전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회사의 전체 HBM 매출에서 5세대 제품의 매출 비중은 3분기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다. 4분기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HBM4에 관한 전략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D램들의 정보 처리를 제어하는 ‘베이스 다이’를 TSMC·인텔 등 선단 공정을 확보하고 있는 파운드리와 협력해서 제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은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파운드리 최대 라이벌에 이 제품을 위탁 생산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대책을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 “복수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해서 파운드리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는 올 3분기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7조~8조 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견조한 AI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에 따라 HBM과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반도체 사업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은 3분기 부진했다. 회사 측은 두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조 원 중후반대의 적자를 봤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모바일 및 PC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힘겨운 시간을 겪고 있다. 3나노 이하 공정의 수율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시스템LSI 사업부가 준비했던 스마트폰용 칩인 ‘엑시노스 2500’은 내년 출시될 삼성 갤럭시 S25에 탑재되지 못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에 파운드리 사업부는 전체 설비투자액을 축소하는 대신 내년 양산에 적용할 2나노 공정에 집중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회사는 최근 4·5나노 라인이 있는 평택 사업장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일부를 메모리 설비용로 변경하고 3나노 라인이 있는 화성 S3를 2나노 설비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파운드리의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매출 8조 원, 영업이익 1조 5100억 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고객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대형 패널은 TV와 모니터 수요를 바탕으로 전 분기 대비 판매량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중소형 제품군은 정보기술(IT)과 전장 제품의 판매 증가가 예상되지만 패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4분기 실적 개선 여부는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 사업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개선된 5300억 원을 기록했다. 가전사업부 내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은 네오 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형 TV 등 전략 제품 판매와 서비스 사업 매출 확대에 주력했다. 생활 가전에서도 비스포크 AI 신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하며 영업이익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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