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수수료 인하를 논의하는 배달 플랫폼 상생협의체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가 해야 할 중재 역할은 제대로 못 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담합과 이동통신 3사 담합 등을 놓고 다른 부처들과 갈등만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7일 상생협의체 11차 회의를 연다. 4일 회의에서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자 추가 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10월 말까지 상생 방안을 합의하고 실패 시 권고안을 내놓겠다는 공정위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타결 가능성은 희망이고,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협의체 참석자들은 공정위의 역할에 불만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공정위가 시한을 정해 놓고 최후통첩을 보내야 한다”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강한 제재를 암시하는 발언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공정위가 합의 무산을 대비해 7월부터 입법 검토도 같이하는 ‘투 트랙’으로 움직였어야 한다”며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공정위의 칼날이 무뎌진 사례는 또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정무위 국정감사 당시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질타를 받은 후에야 배민의 ‘무료 배달’ 표현의 위법성 여부를 늑장 조사했다. 또한 7월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초기에 업체의 전산 시스템 오류 입장만 믿고 현장 실사를 나가지 않아 늑장 대응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산업 담당 부처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다 분란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동통신 3사에 대한 담합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통신사가 판매·대리점에 주는 보조금)’을 담합으로 규정하고 5조 원대 과징금을 물릴 예정이다. 통신 3사는 통신 분야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도에 따른 것이라며 반발했고 방통위도 “담합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는 사건을 법원 1심 격인 공정위 전원회의에 회부했다. 공정위는 과거 해운사·소주값 담합 사건에서도 행정지도 사실을 무시하고 담합으로 밀어붙였다가 법원에서 패소했다.
이달 안에 최종 결정이 날 은행 LTV 담합 건도 공정위가 금융위와 조사 내용을 전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행정지도가 개입된 사건이 아니라 부처 간 협의가 필요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다른 정부 부처와의 협의 자체를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은행·통신 담합 사건 조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관계부처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고려하여 전원회의에서 합리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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