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착공을 앞둔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첫 반도체 생산 공장(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 당선으로 변수를 맞았다. 해외 반도체 기업 지원에 부정적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의 정책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할 미국 공장 건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디애나주에 세워질 SK하이닉스의 첨단 패키징 팹은 2025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팹 부지 면적는 약 36만 ㎡(약 11만 평)이며 회사는 팹 운영을 위해 추후 200여 명의 직원들을 현지로 보낸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착공 준비와 더불어 향후 팹 운영과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적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현지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 퍼듀대와 인턴십 협약, 공동 연구 프로젝트 계약 등을 맺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첨단 패키징 부문에서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위해 새 팹 인근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의 계약도 상당 부분 이뤄져 입주를 원하는 기업에 서두르라는 공지가 갈 정도다.
하지만 차분히 진행돼 온 팹 건축 작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새 변수를 맞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 5000만 달러, 삼성전자는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인데, 거액의 보조금을 안긴 ‘칩스법(반도체과학법)’에 대해 “아주 나쁜 거래”라고 부정적 의견을 표명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물론 첨단 팹 건축을 환영했던 현지에서는 향후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팹이 들어설 퍼듀 리서치파크 총 면적(약 293만 ㎡) 중 SK하이닉스와 인근 입주 기업들에 할당된 부지만 전체의 40%가 넘기 때문이다. 현재 리서치파크 내 연구 인력은 3200명 수준인데, 향후 SK하이닉스와 협력 기업이 창출할 일자리는 최대 5000명으로 추산돼 고용 효과도 막대하다.
2026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구축할 첨단 팹에 더해 새 보조금을 지렛대 삼아 투자를 늘릴 계획이었던 삼성전자 역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과 메모리 부문 모두에서 위기를 겪는 회사로서는 미국 팹을 첨단 공정의 핵심 기지로 삼으려 했는데 상황에 따라 투자 계획 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칩스법 자체의 백지화는 어렵겠지만 자국우선주의에 따라 해외 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은 있다”며 “건설이 본격화하지 않은 SK하이닉스 경우는 계획 변경이나 때에 따라 투자 무산이 될 확률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해 7월 “미 대선 이후 보조금을 못받는다면 우리도 투자 전략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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