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가 급락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밀어내기식 수출을 지속하는 가운데 올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반덤핑 조사 신청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대로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남는 제품들이 다른 국가로 수출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 기업의 대중(對中) 반덤핑 제소 건수는 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건수(4건)를 이미 넘어섰다.
현대제철이 지난달 25일 개최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산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남은 기간 동안 제소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중 반덤핑 제소가 8건이었던 2014년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2014년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인 타결 선언이 있었다. 역대 최대 제소 건수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직후인 2002년의 11건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 들어 접수된 대중 반덤핑 제소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제조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중소·중견기업이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대기업까지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5% 성장이 불투명한 중국이 자국 내수 침체에 쌓인 재고를 한국과 유럽·동남아시아 등에 밀어내면서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산업의 안전망인 반덤핑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해외 수출자가 자국 내 정상적인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수출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야기할 경우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피해를 본 국내 기업의 신청을 접수해 무역위가 서면·현장 조사를 벌인 뒤 최종 판단을 내린다. 무역위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덤핑 방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덤핑에 대한 조사 절차가 최대 4개월 단축된다”며 “무역위가 우회 덤핑 여부를 직권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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