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유행성설사병(PED)의 올해 발생 건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감염 시 새끼 돼지의 폐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는 만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동물 감염병이 겨울에 주로 발생하는 데다 어미 돼지의 PED 항체 보유율이 낮아 농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PED 발생 건수는 총 255건으로, 지난해 연간 발생량(115건)보다 121.7% 급증했다. 감염 두수 역시 전년보다 약 두 배 많은 2만 2548마리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 지역의 발생 건수가 55건으로 전체의 21.6%를 차지했고 전북(39건), 경북(36건), 전남(34건) 등도 30건을 넘겼다. 올해 남은 11~12월에도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으면 최근 10년래 최고치인 2022년(261건) 발생 규모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PED는 주로 새끼 돼지의 설사·구토 등을 유발하는 감염병으로 돼지가 걸리는 설사병 중 피해가 가장 심각한 병으로 꼽힌다. 생후 1주일 미만의 새끼 돼지의 경우 감염 시 폐사율은 50~100%에 달한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람의 신발, 의복, 양돈 기구 등을 통해서도 쉽게 전파되며 돼지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과 봄철에 더 흔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 질병에 견딜 수 있는 방어 항체 보유율이 낮다는 점이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어미 돼지의 PED 항체 보유율은 28.6%로 2020년(37.8%)보다 9.2%포인트 낮았다. 강원과 충북의 경우 올해 PED가 도내에서 5건씩 발생했음에도 항체 보유율은 0%였다. PED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충남의 항체 보유율도 30%가 채 안 되는 27.9%에 그쳤다. 검역본부 측은 “방어 항체가 없거나 적은 어미 돼지에게서 태어난 새끼 돼지는 PED를 방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중 지속적인 면역력 강화와 차단 방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국 양돈 농가에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방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항체 보유율이 낮아 이번 겨울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전국 시도 방역 기관에 어미 돼지의 면역력 강화를 당부하고 PED 백신 접종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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