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에서 30년 이상 양파 농사를 짓는 김 모 씨는 2018년 양파 산출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볼 상황에 부닥쳤었다. 양파 생산량이 과도하게 늘면서 가격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1㎏당 5년 평균 564원에 달했던 양파 시세는 당시 305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김 씨는 수입안정보험을 통해 수입 감소분의 56.7%인 2070만 원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 감자 농사를 짓는 이 모 씨 역시 수입안정보험의 혜택을 입었다. 이 씨는 2022년 감자 가격이 1㎏당 평균 1606원에서 1577원으로 떨어지면서 상당한 손해를 입을 상황에 처했지만 56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 수입을 보전할 수 있었다. 이 씨는 “감자 농사를 20년 이상 하면서 작황에 따른 가격 변동 등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면서 “특히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상당한데 수입안정보험이 이 같은 위험을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농가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면서 수입안정보험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입안정보험은 시장·기후 상황이 악화해 당해 수입이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졌을 때 기준 수입의 최대 85%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김 씨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수입안정보험에 가입해왔다”며 “농작물재해보험과 달리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당했을 때뿐 아니라 가격이 하락했을 때도 일부 보상을 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 김 씨는 냉해·서리 피해에 양파 가격 하락까지 겹친 2019년과 2021년에 농작물 소득이 각각 평년 대비 67.5%, 52.2% 감소했지만 보험금을 지급받아 평년 수입의 80~82%를 유지할 수 있었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가격 하락분까지 보장해주는 만큼 보험료가 농작물재해보험보다 비싸지만 농가에서는 실제 보험료 부담이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의 80~95%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김 씨의 경우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보험료는 6350만 원이었지만 자부담 규모는 총 770만 원으로 약 1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이 씨가 부담한 보험료도 총보험료의 15% 수준인 510만 원에 그쳤다. 이 씨는 “보험료는 큰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 정도는 농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각 농가의 수요에 발맞춰 기존에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던 수입안정보험을 내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운영 예산을 올해 81억 원에서 내년 2078억 원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보장 대상 품목 수도 기존 마늘·양파·포도 등 9개에서 쌀·김장배추·복숭아 등 15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27년까지 30개 품목으로 늘릴 것”이라며 “해외 사례 분석, 역선택 방지 방안 등의 연구를 거쳐 축산물을 보장 대상 품목에 넣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수입안정보험이 활성화될 경우 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산출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정부가 남는 농산물을 수매하거나 여론에 떠밀려 차액을 보전할 필요성이 줄기 때문이다. 서상택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가격 위험 완화 장치로 ‘수입보험’을 도입한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수입보험 가입 면적이 전체 농작물 보험 가입 면적의 87%를 차지해 꾸준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수입안정보험은 기존에 해오던 수확량 보장 방식보다 농가 소득을 더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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