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77%는 미국 대선결과가 한국 경제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내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CAPEX) 등 투자를 줄이거나 관망하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결정된 후 국내 R&D 조직을 보유한 기업 9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 대선결과에 따른 산업계 긴급 인식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기업 77%는 미국 대선결과가 한국 경제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관세정책 확대에 따른 보호 무역주의 강화와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의 리스크를 반영한 것으로 산기협은 분석했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와 반도체, 배터리 등 미·중 기술패권의 핵심산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하에서 어려운 경제·산업환경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결과에 따른 주요 정책 가운데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책으로는 관세장벽 및 배터리와 전기차 관세율 조정 등 관세정책이 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중국 외교, 북한 관계 등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이 24%로 뒤를 이었다.
이는 기업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34%는 내년 투자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58%는 관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부 정책으로 국가R&D 사업 지원 및 R&D 투자 대규모 확대가 29%, 주요 산업에 대한 세제‧보조금 지원강화가 28%, 통상압력 해소와 무역장벽극복을 위한 통상무역 협상정책 강화가 17%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고서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계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경제·산업 측면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R&D 투자 확대 등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이 시급히 추진돼야 하며 대미 협상력 제고를 통한 대응체계 고도화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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