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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신약개발의 핵심, ‘따로 또 같이’

이정민 바이오부 기자


“일론 머스크도 혼자서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AI 신약개발은 AI와 바이오, 두 분야를 잘 아는 융합 인재들의 협업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최근 만난 신약개발 전문가에게 AI 신약개발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신약개발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에서 AI를 개발해온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신약개발의 주요 절차인 단백질 구조 예측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 덕분이다. 알파폴드는 수년이 걸리는 폐질환 신약후보물질을 46일 만에 발굴했다.

언뜻 보면 알파폴드가 AI 신약개발의 ‘만병통치약’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I 신약개발의 핵심은 ‘협업’이기 때문이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AI와 바이오 양쪽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이러한 협업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AI 신약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업무가 세분화돼 있고 각 단계별로 융합 인재들이 ‘따로 또 같이’ 일을 하고 있다.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알파폴드 개발에는 AI와 신약개발 양쪽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의 역할이 컸다”며 “해외 제약사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접착’해주는 ‘글루 피플(glue people)’의 역할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을 유도하는 사람의 역할도 크다는 의미다. 협업을 통해 10년 이상 걸리는 험난한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모델은 한국 제약·바이오사에 흔치 않다. 물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글로벌 제약사를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신약개발에 관심 있는 정보기술(IT) 인재, AI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약대생들에게 역량을 쌓을 기회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AI 신약개발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미래를 어떻게 맞이할지 고민할 때다.

이정민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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